‘알박기 텐트’ 얌체 짓에 낙동강 수변생태공원 ‘캠핑 금지’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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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수도 공짜에 경관 수려
1년 넘게 자리 독점한 텐트 예사
창원시 내달부터 강제 철거 예정

경남 창원시 본포수변생태공원에서 기승을 부리던 일명 ‘알박기 텐트’가 철퇴를 맞는다. 오는 7월 1일부터 야영·취사 금지를 알리는 플래카드(위)와 ‘알박기 텐트’가 가득 찬 본포수변생태공원. 강대한 기자 kdh@ 경남 창원시 본포수변생태공원에서 기승을 부리던 일명 ‘알박기 텐트’가 철퇴를 맞는다. 오는 7월 1일부터 야영·취사 금지를 알리는 플래카드(위)와 ‘알박기 텐트’가 가득 찬 본포수변생태공원. 강대한 기자 kdh@

경남 창원시 외곽 낙동강 수변생태공원에서 기승을 부리던 ‘알박기 텐트’가 철퇴를 맞게 됐다. 지속적인 계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유지를 사유지처럼 점거하는 일이 계속되자 결국 행정당국이 캠핑 자체를 못 하도록 조치했다.

14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동읍 본포리 ‘본포수변생태공원’. 창원 시내에서 차를 몰고 30분 안팎이면 도착하는 본포수변생태공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텐트가 빽빽이 설치돼 있었다. ‘캠핑족’이 많을 것만 같던 주변 일대는 의외로 조용했다. 텐트 2동 정도에서만 인기척이 느껴졌다.

50여 동 대부분이 ‘알박기 텐트’였다. 창원시는 알박기 텐트가 적게는 수일에서 많게는 1년 이상 공간을 점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는 나무 밑에 터를 닦고 랜턴, 울타리 등 장비를 주변에 설치해 마치 사유지처럼 꾸며 놓기도 했다. 대형 텐트 옆에 소형 텐트를 두고 창고처럼 활용하는 곳도 있었다. 파손되거나 거미줄이 붙은 채 방치된 텐트도 보였다.

친구 2명과 담소를 나누던 성정민(75) 씨는 “보이는 게 다 장박(장기 숙박) 텐트다. 좋은 자리를 잡아 놓고 주말에 방문해 캠핑을 즐기면서 세컨하우스처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만 ‘알박기’ 관련 민원 수십여 건이 창원시에 접수됐다.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돼 왔지만 올해는 유독 심하다는 게 창원시의 설명이다.

본포수변생태공원은 4대강 사업 당시 조성됐으며, 자전거길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된다. 캠핑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다. 다만 화장실과 수도 등 캠핑에 용이한 시설을 갖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시내 근교에 위치하고 낙동강과 인접해 경관도 수려하기 때문에 캠핑족의 집적지가 됐다. 이후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알박기’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시는 지난달 야영·취사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했으며, 이달 한 달간 계도기간을 두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실제 단속을 통해 과태료 등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그대로인 텐트는 행정대집행(강제 철거)할 방침이다.

행정당국이 하천의 이용 목적과 수질 상황 등을 고려해 지정·고시하는 지역은 야영과 취사 행위가 금지되는 하천법에 따른 조치다. 해당 공원을 캠핑장으로 양성화하려 해도 여의치 않다. 본포취수장 4km 이내에서는 각종 개발 행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알박기 텐트’때문에 인근의 북면수변생태공원·대산수변체육공원 등도 야영·취사 금지 지역으로 지정됐다. 다음 달부터는 모든 시민이 간단한 텐트조차 칠 수 없어 여가생활을 즐기는게 힘들게 됐다. 창원시 관계자는 “악성 ‘알박기’를 처리하기 위해 단속 기준을 만든 것이다. 주변이 정리되면 지정·고시를 다시 해제할 수도 있다”면서 “시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직 금지구역 지정 해제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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