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냉가슴’ 앓던 농민, 과수화상병 걱정에 이젠 속 탄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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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 한 사과 과수원서 발생
잎·과일 등 검게 변하고 말라 죽어
동일 생활권 경남 거창 등 초비상
도, 치료약 없어 감염 차단 총력전

전북 무주군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잎이 말라 죽어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전북 무주군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잎이 말라 죽어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과수 에이즈’라 불리는 식물 질병 과수화상병이 지난달 9일 충북 충주시에서 올해 처음 발생한 가운데, 한 달여 만에 경남 턱밑까지 확산됐다. 특히 발생 지점이 경남 사과 주산지인 거창 인근이라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3일 전북 무주군 무풍면에 있는 한 사과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고 15일 밝혔다. 무풍면은 거창군 고제면과 인접한 지역으로, 두 지역은 사실상 같은 생활권에 속해 있다. 거창군은 경남 최대 사과 주산지로, 특히 고제면은 거창 내에서도 사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나 배를 비롯해 살구·자두·체리 등 장미과에 속한 식물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병해로, 국가관리병해충 가운데 하나다. 주로 개화기인 5~7월에 발생하는데, 꿀벌이나 비 등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군 고제면 봉계마을의 한 사과 과수원 모습. 인접한 무풍면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김현우 기자 거창군 고제면 봉계마을의 한 사과 과수원 모습. 인접한 무풍면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김현우 기자

과수화상병에 감염되면 잎이나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조직이 검게 변하고 서서히 말라 죽게 된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료 약제가 없어, 한 번 발병하면 감염된 나무는 10일 이내에 매몰해야 한다.

또 발생 과수원에는 이후 3년 동안 사과·배나무는 물론, 기주식물(주로 초식성 곤충이나 그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을 재배할 수 없다. 특히 주변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100m 이내 과일나무들은 뿌리째 뽑아서 태운 뒤 땅에 묻는 방식으로 폐기하기도 한다. 확산 속도가 빨라 이동통제와 같은 차단 조치가 필수적이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무주군 사과 과수원은 나무의 잎, 줄기, 가지가 적갈색으로 변하고 마르는 증상을 보였다. 현재 해당 과수원에는 외부인의 출입 금지 조처가 내려졌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잎과 꽃, 줄기, 과일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하고 서서히 말라 죽게 된다. 농촌진흥청 제공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잎과 꽃, 줄기, 과일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하고 서서히 말라 죽게 된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진청은 과수화상병 발생 과수원 주변 반경 2km 이내 정밀 예찰 활동에 들어갔으며, 예방을 위한 간이 소독시설과 예찰 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접 지역 과수화상병 발생 소식에 거창지역 농민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 3~4월 갑자기 불어 닥친 저온현상 탓에 경남에서만 870ha의 과수 냉해가 발생했는데, 규모만 놓고 보면 거창이 400ha로 가장 피해가 컸다. 특히 사과 피해만 350ha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는데, 과수화상병과 직결되는 품목이다 보니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고제면에서 사과 과수원을 경영하는 오창훈 씨는 “무주군 무풍면과 거창군 고제면은 생활권이 겹치고 인부 등 인력 교류가 많아 과수화상병 확산이 우려된다”며 “과수화상병 발병 지역에서 들어오는 차량과 인력 등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등 선제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와 거창군도 확산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경남도농업기술원은 무주 과수화상병 발생 직후 경남지역 과수화상병 위험단계를 ‘관심·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은 15일 ‘과수화상병 도 유입차단 방호계획 수립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도내 각 시군별 과원관리, 인력관리, 소독관리를 중점 점검하고 유입 차단을 위한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

최근 과수화상병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경남도농업기술원이 화상병 시군예찰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제공 최근 과수화상병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경남도농업기술원이 화상병 시군예찰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제공

또 발생지역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관계자, 이 지역에 묘목이 유입된 과수원, 전정 작업자 이동 상황 등을 파악해, 긴급예찰 과원을 선정해 거창군과 합동으로 예찰을 진행하고 해당 과수원에서 채취한 의심시료는 PCR진단을 통해 정밀 검사할 방침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강석주 기술지원국장은 “우리도 경계와 인접한 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돼 이제 경남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며 “과수화상병 유입 차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수농가는 농작업 시 과수화상병 증상을 발견하면 즉시 가까운 농업기술센터나 병해충 신고 대표전화로 신고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12일 기준 전국 과수화상병 발생은 98개 농가, 발생면적은 39.9ha로 전년 대비 농가 수는 59.8%, 발생면적은 52.6% 수준이며, 경남과 전남은 현재 미발생으로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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