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과학적 접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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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부 원자력시스템 전공 교수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방침으로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안전성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기에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학계와 정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반면, 일부 인사와 정치권은 감성에 호소하며 우리나라 인근 해역이 방사능으로 심하게 오염될 것이라 주장한다. 이 와중에 수산업계는 벌써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 이 문제는 감성을 덜어내고 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답이 쉽게 보인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막대한 양의 방사능이 대기와 해양으로 방출되었다. 총방출량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방사능보다 1000배 정도였다. 이 중에서 약 80%는 후쿠시마 인근 해역으로 방류되었다. 사고 후 12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바다는 물론 후쿠시마 원전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바닷물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농도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바닷물의 희석 효과가 아주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근거로 이번 방류가 우리 해역의 방사능 농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삼중수소가 약 860테라베크렐(TBq)이 있으며 이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2.4g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30년 동안 매년 약 0.06g씩 태평양에 방류할 예정이다. 삼중수소는 원자로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삼중수소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자가 공기 중 질소와 반응하여 만들어지고 비에 섞여 내린다. 동해에 1년 동안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의 양이 약 4g이다. 이 두 숫자만 비교해도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방류 지점에서 삼중수소의 농도가 높으면 국부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세계보건기구 음용수 기준의 7분의 1로 희석하여 방출하는 것이다.

원자력 시설로부터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의 방사능 배출은 국제적으로 용인된다. 매년 우리나라는 0.6g, 일본은 0.5g, 중국은 2.9g 정도의 삼중수소를 희석하여 배출하며 미국과 캐나다도 각각 4.8, 5.1g 정도씩 배출하지만 어느 나라도, 어느 국제기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바다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칼륨(K)-40, 폴로늄(Po)-210, 우라늄(U)-238 등 많은 양의 자연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고 원자력 시설의 배출량은 이런 자연 방사능 양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자연 방사성 물질은 바다뿐만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고 심지어 음식이나 우리 몸에도 존재한다. 후쿠시마 원전 항만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되어 논란이다. 그러나 해당 우럭을 먹었을 때 우리가 받는 피폭량은 같은 양의 멸치나 전복을 먹었을 때의 피폭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멸치나 전복에는 자연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210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멸치나 전복을 먹고 과다 피폭으로 문제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량의 방사능 배출도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와 검증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의 노력과 함께 국민 안심에도 힘을 써야 한다. 이미 구축해 놓은 해양 방사능 분석 체계와 수산물 방사능 감시 체계를 활용하여 관리를 강화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는 감성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과학을 배제한 감성적 접근은 대외적으로 국제적 냉소와 고립을 자초할 수 있고, 대내적으로는 방사능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 과도한 공포로 인해 이미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주장으로 우리나라 수산업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일 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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