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골목길의 명암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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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치기, 딱지놀이, 말뚝박기, 공기받기, 소꿉장난, 고무줄뛰기, 숨바꼭질…. 중년 이상의 나이를 먹은 사람은 어린 시절 동네 친구와 삼삼오오 모여 다양한 놀이를 즐겼던 골목길의 추억이 아련할 테다. 더 젊은 연령층일지라도 아파트 단지가 아닌 주택가에서 자랐다면 골목에서 재미있게 논 기억이 숱하게 떠오를 것이다. 큰소리로 휘저으며 짱 역할을 한 골목대장, 단짝 친구의 얼굴이나 이름도 가물가물 생각나지 싶다.

이면도로에서 더 들어가 이 동네 저 동네를 이리저리 연결하는 작은 통로.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이집 저집 앞을 이어 주는 좁은 길. 골목길은 꼬맹이들 눈에는 큰 마당같이 넓어 보였다. 매일 신나고 시끌벅적한 놀거리가 펼쳐지는 축제의 광장이었다. 유년의 유토피아였던 셈이다. 어른들에게는 이웃 간 정을 돈독히 나누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공동체의 공간이기도 했다. 언제든 서로 나와 인사를 건네고 온갖 얘기를 주고받으며, 때론 아웅다웅하면서 옆집과 건넛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내게 만든 만남과 소통의 장소였다.

친숙했던 골목길이 아파트 건립 등 도시 재개발 붐에 밀려 하나둘 흔적 없이 사라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아직 많이 남은 골목길의 형편도 옛날 같지 않다. 다른 실내외 놀잇감이 풍부한 데다 학원가로 내몰린 아이들 소리가 끊겨 적막한 곳이 상당수다. ‘오늘밤은 너무 깜깜해’로 시작해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골목길~’로 끝나는, 1985년 가수 이재민의 빅히트곡 ‘골목길’이 지금 딱 어울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빈집이 속출하는 탓에 어두운 우범지대로 전락한 골목마저 늘고 있다.

이런 참에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난 14일 부산 영도의 치안 취약지대로 꼽히는 10곳에 안전신고망 구축이 완료됐다는 게다. 경찰과 한전이 전봇대마다 112신고를 쉽게 할 수 있는 안내판을 부착해 2~3분 만에 경찰의 현장 도착이 가능해졌다고 하니 고무적이다. 이같이 안전한 골목을 만드는 데 모두 힘쓸 일이다.

17일부터 7월 2일까지 토·일요일 영도구 봉산마을 마실길, 부산진구 전포공구길, 수영구 망미골목에서 열릴 ‘부산골목페스티벌’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처음 마련한 이 행사는 2021년부터 추진된 골목길 관광자원화 사업의 결실이다. 지역민과 함께 각 골목의 특색과 야경, 먹거리를 살린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사람 냄새와 도시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골목길이 매력적인 삶터로 바뀌고 잘 보존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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