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엔저 현상에… 엔화도 주식도 ‘바이재팬’ 열풍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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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당 903원… 800원대 눈앞
엔화 환전액 1년 새 5배나 늘고
국내서 4조 넘게 일본 주식 투자
장세 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원/엔화 환율이 약 8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엔화 환율이 약 8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18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자 ‘노재팬’이 사라지고 ‘바이재팬’ 열풍이 불고 있다. 원화를 엔화로 바꾸는 환전 규모가 작년 이맘때의 약 5배에 이르고, 증권사 예수금·평가액도 4조 원을 넘어서는 등 뜨거운 분위기이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장세 변화 가능성을 우려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5월 엔화 매도액은 301억 6700만 엔(약 2732억 원)으로 4월 228억 3900만 엔보다 73억 2800만 엔 많았다. 이는 은행이 고객 요구에 따라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매도) 환전 규모가 300억 엔을 훌쩍 넘어섰다는 뜻인데, 지난해 같은 달 62억 8500만 엔의 4.8배 수준이다. 엔화 환전액도 지난해 9월 91억 8300만 엔에서 같은 해 10월 배 이상인 197억 3300만 엔으로 뛴 이후 월별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 해제로 일본 여행이 급증하면서 관련 엔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심해지자 당장 쓸 일은 없어도 미리 바꿔두고 환차익을 기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달 말 6978억 5900만 엔에서 이달 15일 현재 8109억 7400만 엔으로 16%(1131억 1400만 엔·약 1조 243억 원) 급증했다. 작년 6월 말 잔액 5862억 3000만 엔보다는 38.3%나 많다.

금융가에선 최근 엔저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엔화 환전이나 예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 100엔당 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0.1% 상태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기조에 변화가 없다면 엔저 추세가 이어져 원·엔 환율은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역대급 엔저 현상 속에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초강세를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총계 기준 미래에셋·한국투자 등 상위 8개 주요 증권사에 예치된 엔화 예수금과 일본 주식 평가금액 전체 규모는 지난 15일 기준 총 4조 946억 2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 3조 1916억 원보다 9000억 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1월 말 3조 4924억 5000만 원과 비교해 봐도 6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이런 일본 주식 투자 열풍은 역대급 엔저 현상과 일본 증시 강세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5293만 1000달러(약 674억 원)인데, 이는 2021년 4월~지난 4월 2년 치의 순매수 규모(약 401억 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일본 증시는 당분간 강세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일본 증시 내 외국인 수급과 차익 실현 수요 등에 의해 장세가 변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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