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하에게 헌 집 주고 새집으로 이사한 경남경찰청장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병수 청장 관사 이전 두고 뒷말
벌레 많아 불편하다는 이유 들어
기존 주택 관사엔 하급자 들이고
창원 용지호수 옆 새 아파트 이사
임차 위해 혈세 5000만 원 더 써

경남경찰청장이 지난 2월 경남 창원시의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로 관사를 옮겨 빈축을 사고 있다. 새 관사로 사용되는 아파트 전경. 강대한 기자 kdh@ 경남경찰청장이 지난 2월 경남 창원시의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로 관사를 옮겨 빈축을 사고 있다. 새 관사로 사용되는 아파트 전경. 강대한 기자 kdh@

김병수 경남경찰청장이 최근 경남 창원시의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로 관사를 옮긴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오래된 기존 관사에 벌레가 많아 배우자와 지내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 하급자에게 관사를 물려주고 혈세 수천만 원을 더 들여 새 거주지로 옮겼기 때문이다.

1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경찰청은 지난 1월 말 창원시 성산구 대단지 아파트의 공급면적 113㎡(전용 84㎡) 집을 2년간 전세 계약했다. 김 청장은 2월부터 배우자와 함께 이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이곳은 창원시청과 지역의 랜드마크인 용지호수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 대형마트·상권·학교 등에 인접해 생활 여건이 매우 좋은 준신축(준공 6년)이어서 창원의 ‘대장주’로 평가되는 아파트다. 전세금은 4억 5000만 원이며, 세금으로 충당되는 경남청 예산으로 집행됐다. 관사 운영비도 혈세로 매달 지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청장은 배우자가 노후한 기존 관사에서 벌레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불평을 토로하자 아파트 입주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소유인 기존 관사는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에 있는 대지 667㎡, 건물 131㎡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지은 지 27년이 넘었다. 지난 5년간 경남을 거쳐 간 청장 5명은 모두 이곳에서 지냈다.

김 청장이 신축 아파트로 입주하는 바람에 비워진 기존 관사에는 하급자인 모 부장이 살고 있다. 경찰청은 청장과 부장이 관사를 서로 맞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 부장이 살던 아파트(준공 16년)를 청장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부장 관사의 계약기간이 수개월 일찍 종료됨에 따라 청장은 5000만 원을 더 들여 새 관사를 구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구한 관사는 청장이, 기존 청장 관사는 부장이 사용하게 됐다. 경남청 관계자는 “가용 가능한 예산 내에서 관사를 구했다. 기왕이면 청장이 더 좋은 집에서 살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이 경남청장보다 더 오래되고 저렴한 관사에서 지내고 있어 주변 시선은 곱지 않다. 윤 청장은 건령 39년인 1억 7200만 원짜리 서울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서울과 전북청장을 제외한 모든 시도 경찰청장의 관사는 경찰청장 관사보다 비싸다.

전국 시도 경찰청장 관사 가격을 보면 제주도 9억 3800만 원(소유), 경기남부 7억 5000만 원(월세 100만 원), 부산 5억 5000만 원(전세), 울산 5억 원(전세), 인천 4억 7400만 원(소유) 등이다. 경남청장 관사는 전국에서 6번째로 가격이 높았다.

또 최근 5년 새 주소를 옮긴 전국의 청장 관사는 대부분 임대기간 만료가 이전 사유였다. 청장 관사를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긴 사례는 경남과 강원도 단 2곳이다. 강원청장 관사는 1977년 4월부터 소유하고 있던 1억 원짜리 단독주택에서 2021년 101㎡ 규모의 아파트로 이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남 관계자는 “국민은 가스비·전기세 인상에 한숨을 쉬는데, 기관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고작 벌레 때문에, 그것도 그 동네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모습이 곱게는 안 보인다”면서 “부하 직원이 두꺼비도 아니고 헌 집을 주고 새 집을 받아 가는 건 무슨 심보냐”라고 꼬집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정춘희 대표는 “굳이 눈총을 받으면서 해당 아파트를 고집한 이유를 모르겠다. 단순히 집이 오래됐다고 바꿀 수 있는 국민이 있기는 하겠느냐”면서 “좀 더 국민의 눈높이에서 고민하는 경찰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