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킬러 문항 대거 출제 가능성… 이번 수능 ‘실수 싸움’ 될 듯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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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손질’ 후폭풍

9월 모평 때 신유형 문제 등장
국어·영어 지문 길이 늘어나고
수학 계산 번거롭고 복잡해질 듯
“수능 5개월 앞… 학생이 실험대상”
수능 임박해 변화, 혼란 야기
수시 대비 사교육 되레 활성화 우려

당정은 19일 당정협의회를 갖고 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당정은 19일 당정협의회를 갖고 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해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이 당정 협의 결과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로 구체화되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수능을 150일 앞두고 등장한 돌발 변수에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쉬운 수능’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각종 사교육이 오히려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9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킬러 문항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수능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기로 했다. 또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며 출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공교육 범위에서 수능을 출제하라’는 지시가 알려진 뒤 4일 만에 킬러 문항 배제로 수능 출제 방향이 구체화 된 것이다. 국어는 낯선 개념의 비문학 지문이 포함된 문제가 킬러문항으로 분류되고 수학은 통상 21번, 30번 문제가 복합 개념을 응용한 문제로 킬러 문항으로 불려 왔다.

당장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신유형 문제가 등장하기보다는 ‘준킬러 문항’이 9월 모의평가부터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준킬러 문항은 난도는 높지 않으나 문제 풀이 시간이 긴 문항을 의미한다. 국어는 지문 길이가 길거나 수학은 개념은 어렵지 않으나 계산식이 복잡해 실수를 유발하는 문제가 준킬러 문항으로 불려왔다. 준킬러 문항이 대거 출제된 해의 경우 평가원은 ‘문제를 쉽게 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속칭 ‘불수능’으로 학생과 출제기관 간 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27년 경력의 부산의 한 고등학교 입시 담당 교사는 “역대 수능에서 평가원은 쉽게 냈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어려웠던 경우는 국어, 영어는 지문이 길어 시간을 다 잡아먹거나, 수학은 계산 과정이 길거나 수식에서 실수가 나올 요소가 높은 문항들이었다”며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벌써 이번 수능은 실수 싸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능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커지면서 수시 전형 대비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 변별력이 사라지면 일종의 풍선효과로 면접, 논술이 수시 당락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수시 전형에서 자기소개서가 폐지된 점도 면접, 논술 등에 대한 사교육 필요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 최 모(50) 씨는 “정시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 만큼 수시 논술, 면접 등을 방학 기간 더 준비해야하나 고민 중이다”며 “전문가도 어려워한다는 킬러 문항을 없애는 것은 좋으나 대통령 발언 시점이 너무 수능과 임박해 올해 학생들이 실험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학원가에서는 9월 모의평가 이후 ‘파이널 특강’ 등의 수능 전 2개월 특강반 등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이달부터 일부 학원가에서는 ‘반수(대학 재학 중 다시 수능을 치는 것) 마케팅’이 등장했고 실제 모집 인원도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 입시학원 강사는 “9월 모의평가 이후 유형 분석, 준킬러 대비법 같은 다양한 형태의 수능 대비 인터넷 강의가 등장할 것이다”며 “과거 수능 날짜가 임박하면 학생들은 학원 대신 자습을 많이 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수능 전날까지 학생들이 학원을 놓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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