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현 “의원 정수 10% 감축”, 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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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득권 줄이자는 호소 긍정적
선거제도 개혁 이끄는 역할도 해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의 국회의원 정수 감축 주장은 이날 처음 한 게 아니다. 김 대표는 올해 4월 선거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도 “의석 수를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혔고, 지난 15일 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300명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쯤이면 우리 정치 현실에서 국회의원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인식이 김 대표의 뇌리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당 대표로서 일관된 주장인 만큼 이는 곧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국회의원 감축 당위로 김 대표가 지목한 것은 민심이다. 올해 초 몇몇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60% 안팎으로 나온 사실을 염두에 둔 듯하다. 김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가 정치 과잉의 상태로 입법남발과 정쟁유발 등 부작용이 크다는 말도 했다. 현 21대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율이 8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발언은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과 함께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도 제안했다. 모두 국회의원 기득권 줄이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나름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우려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진행된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는 현행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폐해를 줄이고 민의를 온전히 반영하는 선거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다당제로의 전환이나 비례대표 확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국회의원 수를 줄이면 소수정당이나 다양한 계층·분야의 정치세력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당제로의 전환이나 비례대표 확대는 요원해진다. 이는 일부 야권에서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줄곧 반대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감축안이 현실화할 경우 자기 의석을 뺏기게 되는 현직 국회의원들의 반발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김 대표의 호소는 진정에서 나온 것일 테다. 하지만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수 줄이는 일이 국민이 바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해야지 장애나 퇴행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전원위원회까지 개최한 국회지만 여권에서 제기된 국회의원 정수 감축 주장 탓에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이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 감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아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발전적 논의까지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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