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만남 기대되는데… 바이든 “시 주석은 독재자”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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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풍선 격추 몰라 당황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 언급
중 “예의에 엄중 위배” 불만
하반기 정상회담 가능성 높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지 하루 만에 공개 석상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방문한 이후 수개월 내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해 시 주석에 대해 독재자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발언은 블링컨 장관이 지난 19일 시 주석을 면담한 후 이튿 날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지난 2월 이른바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시 주석이 경위를 몰라 매우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차량 두 대 분량 첩보 장비가 실린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 주석이 매우 언짢았던 까닭은 그것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그가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면서 “그것(풍선)은 거기로 가선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람에) 날려 경로를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을 콕 집어 독재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시 주석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반론적으로 독재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사실상 시 주석에 대해서도 독재자로 우회 규정한 셈이다. AFP통신은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들과 동일시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며,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에 엄중하게 위배되며,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중국 정찰풍선.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은 중국 정찰풍선.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8~19일 방중 일정을 마치고 영국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ABC 방송에 출연해 향후 “몇 달 내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대면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미 국무장관으로는 5년 만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 등 고위급을 잇달아 만나면서 미중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정상회담 가능성을 직접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방중은 하나의 과정”이라며 “향후 몇 주, 몇 달 내에 우리 정부 동료들이 중국으로 가고 중국 관료들이 미국으로 오는 등 더 많은 고위급 접촉과 관여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카운터파트인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인) 친강을 워싱턴으로 초청했고, 그가 동의했기에 향후 우린 그것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상 간 관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수년간 시 주석을 잘 알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 그들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며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관계이지만, 그들이 직접 접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중 양국이 고위급 소통에 물꼬를 튼 만큼 정상 간 만남은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하반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링컨 장관은 자신의 방중이 “양국 관계가 좀 더 안정을 되찾는 시작이길 바란다”며 “우린 서로 큰 차이가 있는 영역과 협력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유익하고 솔직하며 매우 상세한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는 것은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미국의 국가비상사태 대상으로 또 다시 지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에서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의 존재와 확산 위험, 핵·미사일 프로그램 추구 등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하고 역내 미군과 동맹 및 무역 파트너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북한 정부의 행동과 정책은 계속해서 미국의 국가안보, 외교, 경제에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명령 13466호로 선포된 북한과 관련된 국가비상사태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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