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교육지원청, 매장문화재 유적지 무단 공사 물의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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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때 쌓은 읍성 흔적 등 발견
허가 없이 땅 파고 배수로 정비
지원청 “인수 과정 착오 있었다”
지역민 “아이들이 뭘 배우겠나”

남해교육지원청이 남해초등학교 운동장 배수로 공사를 무단으로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남해교육지원청이 남해초등학교 운동장 배수로 공사를 무단으로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남 남해교육지원청이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에서 허가 없이 공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남해교육지원청은 단순 착오였다는 입장이다.

21일 남해군 등에 따르면 남해교육지원청은 지난 4월 남해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배수로 공사에 들어갔다. 해당 지역은 남해읍성 매장 문화재가 있는 지역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은 토지 형질변경 등 건설 공사를 하려면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정밀 발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남해교육지원청은 사전 발굴조사 등 과정을 무시한 채 무단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439년(세종 21년)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해읍성은 남해읍 북변·남변·서변리 일원에 걸쳐 세워졌으며, 조선시대에는 남해지역 행정 중심지로서 역할을 했던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자취를 감췄는데, 앞서 2008년 도시계획도로 공사 중 읍성으로 추정되는 성벽이 발견되면서 그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 추진 중인 남해군 신청사 대상지에서도 정밀 발굴조사가 진행돼 읍성의 흔적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기록상 남해초등학교 역시 읍성 내부에 속해 있는데, 특히 운동장 위로 성벽이 있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남해초는 2020년 개축 공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운동장 쪽에서 읍성의 해자와 함께 대량의 유구가 출토되기도 했다.

땅을 파야 하는 배수로 공사를 하려면 당연히 정밀 발굴조사를 해야 하는데 남해교육지원청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육지원청은 2019년에도 남해초 임시 교사를 무단으로 설치하다 문화재청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지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남해읍의 한 주민은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지원청에서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훼손하려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불법 공사를 하면 아이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배수로 공사는 현재 불법 사실을 인지한 남해군에 의해 중단된 상태다. 운동장을 차지하고 있던 철근과 콘크리트 구조물 등은 모두 제거됐으며, 지난주부터 정밀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조사가 끝날 전망인데,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고발이나 주의 등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교육지원청은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장에 감리와 감독이 있는 만큼 공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전임자와 인수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문화재와 관련해 업무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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