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침체에… 부울경 GRDP 비율 14% 선마저 무너졌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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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국 대비 비율 13.9%
수도권 52.8%… 부산 5% 못 넘어
지식서비스 산업 성장세 큰 영향
고급 인력 지역 떠나 ‘판교밸리’로
“조선 등 경기 민감… 격차 커질 것”
“부산항 활용 ‘고부가’ 산업 육성
항만 특화 금융 중심지로 발전을”

동남권의 GRDP(지역 내 총생산)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14% 이하로 떨어지는 등 동남권의 경제적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전경. 부산일보DB 동남권의 GRDP(지역 내 총생산)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14% 이하로 떨어지는 등 동남권의 경제적 위상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전경. 부산일보DB

부울경 지역을 포괄하는 동남권의 GRDP(지역 내 총생산)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14% 이하로 떨어졌다. 수도권의 GRDP 비율은 50%를 훌쩍 넘어서 수도권 일극주의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동남권의 GRDP 비율은 17.0%였는데, 2020년 들어 14.0%로 내려앉았고 2021년(잠정치)에는 13.9%로 더 줄어들었다. 부산의 GRDP 비율은 2000년 5.6% 수준이었는데 2020년에 처음으로 5% 벽이 무너져 4.7%를 기록했다. 부산의 2021년(잠정치) GRDP 비율은 4.8%로 한번 무너진 5%의 벽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수도권의 GRDP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 2000년 48.4%로 절반에 조금 못 미쳤는데, 2015년 50.1%로 절반을 넘어서더니 2020년 52.7%로, 2021년(잠정치) 52.8%로 비율이 커졌다.

동남지방통계청 경제통계팀 정광진 팀장은 “통계 추세상 앞으로 동남권의 GRDP 비율이 더 줄어들고 수도권의 GRDP 비율은 더 커지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총생산을 지역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연간 생산액을 뜻하는 1인당 GRDP도 동남권과 수도권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주력산업 경기 영향 등으로 2015년에는 동남권의 1인당 GRDP는 3299만 원으로 수도권의 3296만 6000원보다 약간 높았다. 하지만, 2020년엔 수도권의 1인당 GRDP가 3940만 8000원으로 대폭 오른 반면, 동남권은 3465만 2000원으로 475만 6000원의 격차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통계로 증명된 수도권 경제 집중 현상에 대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지식서비스 산업의 성장세가 한몫했다고 봤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 이우평 선임연구위원은 “동남권의 주력 산업은 자동차, 조선과 같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조업인데 제조업이 침체하면서 동남권의 GRDP 비율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전국적으로 지식서비스 산업이 성장했는데, 특히 수도권의 지식서비스산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GRDP 격차를 더 벌렸다”고 전했다.

부산대 경제학과 김영재 교수도 “수도권 판교밸리를 비롯한 디지털 단지가 조성되면서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이 생겨났고, 자연스럽게 고급 인력이 수도권으로 흡수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수도권의 인구 비율이 처음으로 전체의 50.20%를 차지했고, 2021년 50.35%로 비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에 비해 동남권은 2020년 15.11%에서 2021년 15.01%로 줄어드는 추세다.

2000~2021년 사이 21년간 동남권 인구성장률은 -0.45%를 기록했는데, 전국은 10.08% 성장했고 수도권은 19.8%나 증가했다. 동남권 안에서는 울산은 8.5%, 경남은 9.29% 인구성장률을 보인 반면, 부산은 -10.86%의 인구 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로는 부울경 모두 마이너스 인구성장률을 보인다.

특히, 지식서비스산업 인구의 지역별 비율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수도권은 63.4%지만, 동남권은 11.7%로 차이가 아주 컸다.

수도권 경제 집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환경에 맞춘 특화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대 김 교수는 “부산항이라는 자원을 가진 부산은 해운과 물류, 창고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항만 특화 금융 중심지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정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등을 통해 부산이 홍콩, 싱가포르처럼 금융 중심지로서 비즈니스가 활발히 일어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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