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서 영감 받은 박람회장, 지속 가능한 재료로만 짓는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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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북항 박람회장 콘셉트

4차 PT서 진양교 디렉터 공개
자연·사람·기술 조화 이뤄 설계
100% 그린에너지로 전력 공급
기후난민 위한 첫 해상도시 건립
엑스포 100년 역사·인류애 담은
빅데이터 사일로·ODA기념관도

홍익대 진양교 교수가 지난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2차 총회에서 4차 경쟁 PT를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홍익대 진양교 교수가 지난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2차 총회에서 4차 경쟁 PT를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세계박람회 유치 후보지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가 열리는 현장인 부산항 북항의 구체적인 콘셉트가 공개됐다. 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총괄 디렉터를 맡은 진양교 교수는 박람회장의 설계 콘셉트를 ‘Re-Earth(리-어스)’라고 설명했다. 자연과 사람,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한옥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박람회장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나가겠다는 개념이다. 그 안에는 해상도시, 빅데이터 사일로, ODA 기념관, 세계평화관 등을 갖춰 돌봄과 포용,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채워간다는 구상이다. 산업단지에서 친수 공간으로 대대적으로 변신한 북항은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부지인 부산항 북항 전경 조감도. 부산시 제공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부지인 부산항 북항 전경 조감도. 부산시 제공

■미리 엿보는 2030 북항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주 무대가 될 북항의 설계 콘셉트는 ‘리-어스(다시 지구)’다. 진 교수는 이 개념을 유구한 한국 전통인 ‘한옥’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흙, 나무, 돌 등 다양한 자연소재가 조화를 이루는 한옥처럼, 북항 역시 자연과 사람, 기술의 조화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설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를 통해 박람회장을 친환경적이고 탄소 중립적인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도 공개됐다. 모든 건축물은 최대한 지속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짓는다는 방침이다. 엑스포 부지에서 사용하는 전력도 100% 그린에너지를 활용한다. 이동 방식도 UAM(도심형항공교통)과 수소트램 등 친환경 미래교통수단을 활용할 계획이다.

전체적인 구조는 진입광장에서 전시 클러스터를 거쳐 주제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동선을 짠다. 전시공간은 참가국들이 참여하는 전시관과 한국관, 트랜스포메이션 스퀘어(T-스퀘어) 등으로 구성된다. T-스퀘어는 참가자 전시관들 사이에 위치하는 광장으로, 참가자들에게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박람회장이 바다를 끼고 있는 만큼, 해양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들도 선사한다. 바다 위에 만들어진 공원인 플로팅 파크, 워터 프론트, 인피니티 오션 등 친수공간도 마련된다. 박람회 기간 박람회장 앞 바다에서는 화려한 불꽃쇼도 선보일 예정이다.

위에서부터 빅데이터 사일로. 세계평화관. 한국관. 위에서부터 빅데이터 사일로. 세계평화관. 한국관.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성

해안지역 기후 난민을 위한 세계 최초의 ‘해상도시(플로팅 시티)’도 들어선다.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유엔 해비타트와 함께 추진 중인 사업이다. 플로팅 시티는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인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와도 맞아 떨어진다.

공적개발원조(ODA)의 상징인 북항 ‘사일로(곡물 저장소)’는 ‘엑스포 빅데이터 사일로’로 재탄생한다. 이곳에는 국제박람회기구와 엑스포 100년의 역사를 담을 예정이다. 과거의 보존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아카이브로 활용한다. ODA기념관도 만들어진다. 전쟁 당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던 원조국에서 이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여국이 된 만큼, 인류와의 연대, 돌봄과 나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8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평화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민주, 자유, 평화, 인권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기리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위에서부터 엑스포 홀. 플로팅 시티. 플로팅 파크. 위에서부터 엑스포 홀. 플로팅 시티. 플로팅 파크.

■북항의 대전환, 세계의 대전환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인 부산항 북항은 1407년 부산포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1876년 대한민국 최초 근대 무역항으로 개항해, 20세기 우리나라 산업화를 뒷받침하며 경제 발전을 이끌어왔다. 2000년에는 세계 3대 컨테이너 항만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선석이 포화하면서 항만 기능 이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가덕도 일대에 들어선 부산항 신항이 북항의 역할을 흡수하면서, 항만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갔다. 그곳에 대한민국 최초로 항만을 재개발하는 시도가 이뤄졌고, 올해 마침내 북항 친수공원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북항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엑스포의 키워드, ‘세계의 대전환’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장소다. 산업의 기반이었던 공간이 친수공간으로, 아무나 다가갈 수 없던 공간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바뀐, ‘대전환’의 역사를 오롯이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부산시 엑스포유치기획과 관계자는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일회성에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그 유산(레거시)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특히 박람회장인 북항에서 ‘세계의 대전환과 더 나은 미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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