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장에 또 공공기관 퇴직자… 부산금융진흥원 커지는 무용론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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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명 금융 공공기관 출신
금융중심지 전략과도 ‘미스매치’
일각서 ‘진흥원 존재감 의문’ 제기
퇴직자 일자리 챙겨주기 지적도
“부산시 적격 인사 재공모 나서야”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차기 원장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이들 모두 금융 공공기관 퇴직자들인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부산 금융중심지 싱크탱크로 무용론이 불거진 상황에 초대에 이어 2대 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공공기관 퇴직자 일자리 챙겨주기’가 벌어지면서 지역 여론이 들끓는다.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직의 존재 의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원장 지원자 8명 가운데 2명을 추천했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명 모두 금융 공공기관 출신 퇴직자들로 나타났다. A 씨는 한국은행 출신으로 현재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제학 전공자로 한국은행에선 통화정책 운용 파트에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부산, 경남 등 지역 본부장을 지냈다. B 씨는 서울대 법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증권과 자본시장 관련 보직을 주로 거쳤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고 지역 금융산업 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민관협력 형태로 2020년 7월 출범한 금융 전문기관이다. 매년 부산시 보조금과 한국거래소 등 부산 이전 금융 공기업, 한국해양진흥공사, BNK부산은행, 기술보증기금의 기부금을 모아 26억 5000만 원의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출범 3년을 앞둔 현재 그 존재감과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평가(부산일보 5월 18일 자 1면 보도)가 나왔다.

여기다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가 3년간 답보 상태라는 점까지 더해져 신임 원장 선임 과정에서 심사 기준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면 개편이 시급한 상황에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차기 원장 자리에 초대에 이어 2대에도 공공기관 퇴직자가 들어서게 되면서 지역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김종화 초대 원장은 한국은행 근무 당시 금융시장국과 외화자금 부서 등에서 주로 근무했다.

일각에선 두 명의 후보는 금융 공공기관 고위급 출신인 데다 시장 관련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고 반론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6차 금융중심지 기본 계획’에 담긴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 전략과 이들의 이력을 비교하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전날(21일) 밝힌 향후 3년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 방향은 △금융인프라 및 금융생태계 강화 △해양특화금융 활성화 △디지털금융 역량 강화 등이다.

지역에서는 지금이라도 재공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상임의장은 “최근 시민 사회는 물론 각계에서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이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진 상황에서 또다시 퇴직자 일자리 챙겨주기가 발생했다”며 “부산시가 국제금융중심지 육성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산 발전의 중심에는 금융이 있고 그 금융의 미래 비전을 그리는 게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이라며 “지금이라도 부산이 명실상부 국제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략을 그려낼 인사를 선임하기 위해 재공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지역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간 부산국제금융진흥원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이번 원장 인선으로 이같은 논리에 힘을 잃게 됐다”며 “다른 연구기관 하위 부서로 편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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