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시설 거친 처리수라도 ‘안전성’ 평가는 제각각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초읽기

‘다핵종제거설비 오작동’ 쟁점화
원자력학회, 삼중수소에 긍정적
“인간 유전자 변형 우려” 주장도
“가능한 피폭 최대한 줄여야”
‘방사성 물질 총량 감소’ 지적도

166개 단체로 구성된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부산시가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범시민운동본부 제공 166개 단체로 구성된 부산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부산시가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범시민운동본부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이 최근 오염수 해양 방류시설 시운전에 돌입하는 등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초읽기에 들어가자 국민의 우려가 크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과 삼중수소 등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신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ALPS 처리 오염수 안전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는 오염수를 정화하는 시설인데 오염수에서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다. 일본은 오염수가 ALPS를 통과하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의 ‘처리수’가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야당을 포함해 방류 반대 측에서는 ALPS가 최근 10년간 8번 고장 난 점을 언급하며 오작동 문제 등이 남아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지난 19일 브리핑을 열고 ALPS 주요 고장사례 8건을 설명했다. 정부는 고장은 맞지만 오염수가 배출되지는 않았고, 긴급차단밸브 등이 마련돼 유사시 배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ALPS 처리 후에도 국내 기준치의 약 2만 배에 달하는 스트론튬이 검출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본은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가 될 때까지 정화해 배출한다고 밝혔다. ALPS 성능, 일본이 공개하는 자료의 신뢰성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걸러내지 못하는 삼중수소는?

ALPS가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시설을 거치더라도 오염수에는 삼중수소가 남는다. 국민은 해양 생물을 통해 흡수된 삼중수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평균 농도는 62만Bq(베크렐)/L로 해양배출기준(일본 6만Bq/L, 한국 4만 Bq/L)을 초과하지만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를 1500Bq/L 수준으로 희석해 방출할 경우 우리나라 해역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시뮬레이션 결과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4~5년 뒤 우리 바다로 유입된다. 배출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희석된 상태로 방류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티머시 무쏘 교수는 지난 4월 부산에서 삼중수소가 인간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무쏘 교수는 “195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논문 70만 건을 살펴본 결과 삼중수소가 세슘보다 2~6배가량 더 유전자에 손상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희석해도 방사성 물질은 위협적”

방사성 물질을 희석한다고 해서 피해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전문가 조언도 있다. 방사성 물질은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만큼 피폭을 최대한 줄여야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부산대 유인권 물리학과 교수는 “정부는 오염수가 희석된 상태로 배출돼 피해가 적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배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이라면서 “자연방사선 이외에 노출되는 방사선 모두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