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핵심 ‘비문학’ 난도 하락 예상… 독해력 기르는 데 초점을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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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없는 수능’ 과목별 대비법

전문가들 “바뀌는 건 없다” 강조
비문학 지문 많이 접하면 좋아
문학 작품의 경우 전체 정리를
수학은 시간 안배·집중력 훈련
EBS 연계 영어교재 4권 톺아야

교육부는 2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고 ‘공공 입시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교육부는 2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없애고 ‘공공 입시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50여 일 남기고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례적인 정부의 ‘수능 난이도 지침’에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움을 호소한다. “학교가 뒤숭숭하다” “고3 교실에서 방학 전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오랜 기간 학교 현장에서 입시 상담, 진학 지도를 해 온 전문 교사들은 “바뀐 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과목별 2024학년도 수능 대처법을 부산시교육청 진학지원단 소속 입시 전문 교사들에게 물어봤다.

■문학은 연계 지문, 비문학은 다양한 지문

수능에서 비문학은 독서과목을 가리킨다. 국어 45개 문항은 공통과목인 독서(1~17번)와 문학(18~34번)에서 34개 문항,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에서 각각 11개 문항(35~45번)으로 이루어진다. 비문학은 이른바 ‘불국어’(국어 과목 높은 난도의 시험을 의미)를 만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 현재 수능의 EBS 교재 연계율은 50%인데, 동일한 지문을 그대로 내는 ‘직접연계’가 아니라 교재 속 중요 개념 등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해 출제하는 ‘간접연계’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연계 체감도가 높은 문학(시·소설)과 비교해 어디서 지문이 나올지 모르는 비문학이 변별력을 가르는 역할을 도맡아왔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수학보다 사교육 관련성이 낮은 국어의 난도를 높이기 시작한 측면도 있다. 대통령도 지난 15일 국어 비문학을 콕 짚어 ‘수능 손질’을 주문했다.

현장 국어 교사들은 비문학의 경우 난도 하락이 예상되지만, 독해력을 올리기 위해 많은 비문학 지문을 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비문학 난도가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문학의 난도가 올라갈 수 있는 구조상 EBS 연계 교재에 실린 문학 작품만 정리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해당 작품 전체를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배정고 박두일 교사는 “EBS 연계 교재의 문항들의 정답 보기 뿐 아니라 오답 보기까지 살펴보면서 왜 정답인지, 왜 오답인지 이유를 찾고 이해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며 “너무 쉽다고 생각했던 문항들은 실전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준별 맞춤 수학 공부

수학에서는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학습하도록 돼 있는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개념이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문제를 준킬러 문항, 개념에 더해 사고력을 심층적으로 묻는 문제를 킬러문항이라고 부른다. 현장 교사들은 문제를 많이 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힘(수학적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동래여고 이주현 교사는 “지난 6월 모의 평가에서 EBS 수능특강과 실제 문제의 연계를 학생의 입장에서 분명히 체감했을 것이다”며 “EBS 수능특강, 수능완성과 같은 연계 교재를 기본으로 삼는 것이 킬러 문항 존재 유무를 떠나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학을 이용해 학생 수준에 맞는 공부도 필요하다. 재학생의 경우 기말고사가 끝난 뒤 주어진 방학은 실전 수능 모드에 들어갈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30개 문항을 100분 내에 해결하는 것이 수능이기에 상위권 학생들은 100분간 집중력을 유지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실수는 집중력 저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중위권에서는 여러 개념을 연결하여 확장하는 연습이, 하위권에서는 개념 학습을 중심으로 전형적으로 출제되는 문제를 놓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교사는 “수능 30문항의 공통된 특성은 하나의 문제에 서로 얽혀있는 개념을 분석하면서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고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강조되는 이유다”며 “최근 불거진 킬러문항 논란에 대해서 불안해 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계 교재 영단어 암기 필수

역대 수능에서 영어 과목은 ‘추상적인 지문’을 기반으로 출제된 문제에서 높은 오답률을 기록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의 킬러문항이라고 불리는 34번 문항은 빈칸 문장에 포함된 부정어, 지시어의 대상이 모호해 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영어 과목에서 킬러문항이 없어진다고 해서 학생들이 고난도 유형이라고 인식하는 빈칸 추론, 문장 삽입 등의 문제 유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으로 점쳐진다. 현직 교사들은 올해 출제되는 문항은 좀 더 맥락이 있고, 지나치게 관념적인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올해 수능의 키워드가 ‘킬러문항 폐지’인 만큼 자연스레 직접적인 지문 활용 등의 방식으로 EBS 연계 체감이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교사들은 진단한다. 연계교재에서 다루는 소재와 주제를 바탕으로 영단어를 꼼꼼히 익혀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연계교재 단어는 수능에서 지문 파악과 시험 시간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EBS 연계 대상 교재(〈수능특강〉 영어·영어듣기·영어독해연습, 〈수능완성〉 영어) 4권을 철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산고 이근혜 교사는 “영어 과목에서 킬러문항이 없더라도 1등급 비율을 7~8%선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여태까지의 난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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