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행자 우선도로’ 1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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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차도 혼잡 도로 내 보행자 보호 취지
부산 13곳 지정, 곡예·위협 운전 여전

보·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 차량보다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제도가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 부산일보DB 보·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 차량보다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제도가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 부산일보DB

보·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에서 차량보다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 제도가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보·차도의 구분이 어려운 도로에서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량의 경적은 예사고, 보행자를 위협하는 운전도 그대로다. 부산에도 총 13곳의 보행자 우선도로가 있는데,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비등하다. 차량의 위협 운전이 조금도 줄지 않으면서 오히려 ‘차량 우선도로’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시민들이 전혀 효과를 실감하지 못한다면 제도 설계나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보행자 우선도로 제도는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작년 7월 12일부터 시행됐다. 특히 정책 대상이 보·차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이면도로임을 고려하면 이 제도는 언뜻 부산의 도로 실태를 겨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다시피 부산은 전국 대도시 중에서 이면도로가 많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부산이 전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닌 셈이다. 현재 전포카페거리, 부산대 젊음의거리, 연산교차로 햇살거리 등 시내 13곳이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돼 있는데, 부산시는 앞으로 3곳을 더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단 정책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이를 실감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이면도로의 보행 환경이 예전보다 개선됐다고 느껴야 하는데, 현실은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부산시가 제도의 효과를 모니터링이나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빈번한 보행자 통행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은 여전히 도로를 메우고 있고, 차량들의 곡예 운전에 보행자들은 움츠러들기 일쑤다. 차량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제한할 수 있고 범칙금과 벌점 규정도 있지만, 이를 아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표지판이나 설치하고 도로에 선만 그어 놓았다고 해서 보행자 우선도로가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제도 시행 1년을 맞아 보행자 보호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보완 대책이 나와야 한다. 우선 면밀한 현장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보행자 우선도로 내 단속 건수 통계조차 없대서야 말이 안 된다. 꼼꼼하게 현장을 분석한 뒤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이어져야 한다. 위협적인 운전을 막을 수 있는 시설물 설치도 검토해 볼 만하다. 현장 모니터링과 운전자 계도, 시설물 보완이 잘 맞물려야 제대로 된 보행자 우선도로가 될 수 있다. 13곳의 보행자 우선도로 정비에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 총 62억 원이다. 거액의 예산을 들이고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는 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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