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질병·범죄 등 부정적 경험, 치유하는 전도사 되고 싶어”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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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연 부산시의회 의원

지난달 사단법인 ‘쉼표’ 시즌2 개소
삶 단절된 사람들 일상 복귀 지원
“사회 안전망 더 촘촘하게 만들 것”

“사회에서 단절된 경험이 맞춤표가 아니라 쉼표가 되도록, 언제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으려고 합니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은 누구든 삶에서 ‘쉼표’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 범죄 등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일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삶에 쉼표가 찍힌 이들을 위해 그는 사단법인 ‘쉼표’를 설립했다. 사단법인 쉼표는 질병, 범죄 피해 등으로 삶이 단절된 사람들의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단체다.

서 의원은 암 환자 애프터케어(사후관리)를 다룬 쉼표 시즌1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지난달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쉼표 시즌2의 문을 새로 열었다.

사실 서 의원 본인이 삶에서 쉼표가 찍힌 당사자였다. 그는 2018년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찾아온 질병은 그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항암치료로 머리부터 속눈썹까지 모두 빠졌고 공부와 일, 인간 관계가 모두 멈춰버렸다. 한순간 쉼표가 찍혀버린 일상에서 그는 다른 암 환자로 시선을 돌렸다.

서 의원은 “유방암을 진단받고 나서 유방암 환자의 10%가 20~30대 젊은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른 20~30대 환자들은 입원비, 통신비, 생활비를 어떻게 지불하는지, 완치 이후에 재취업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며 “이들을 도울 방안을 고민하다 사단법인 쉼표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젊유애’(젊은 유방암 애프터케어)라는 이름의 비영리 민간단체로 시작한 쉼표는 2021년 유방암 여성 환자를 넘어 모든 암 환자로 영역을 확장하며 활동을 본격화했다. 항암 가발 등 물질적 지원을 비롯해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설립 1년 만에 회원 수가 600명을 넘었다.

제도적 지원으로도 나아갔다. 서 의원은 “암 환자가 치료 이후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법안을 마련해 국회 문을 두드렸다”면서 “암 생존자의 치료 이후 사회 복귀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암 관리법’이 지난해 6월 본회의에서 개정됐다”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쉼표의 시즌2 설립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달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열어 범죄 피해 실태를 살폈다. 피해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현행 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서 의원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범죄 피해자는 직접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토론회에서 경험을 중심으로 정책과 사법 시스템의 부족한 점을 짚어주면서 쉼표의 범죄 피해자 애프터케어의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 한 범죄 피해자를 직접 쉼표의 공동대표로 세웠다.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 공감하려면 당사자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서 의원은 “범죄 피해자가 직접 겪은 사법적 공백이나 절차의 부당함, 구제 시스템의 미비점 등을 중심으로 사각지대를 찾아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만드는 것도 쉼표의 목표다. 암 환자, 범죄 피해자 애프터케어 이후에는 이주노동자, 마약 사범 등 사회의 사각지대를 찾아 다음 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사회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단절을 겪는다. 부정적 경험을 겪어도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쉼표의 시즌을 거듭하면서 소수의 대변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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