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교육·재활까지 잡은 파괴적 혁신 '스크린 수영장'[Up! 부산 스타트업]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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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주)더메이커스

실내서핑장 ‘서핑역’ 출시 이어
‘스윔핏’ 세계 최초로 선봬 화제
규제 해소로 전국 지점 확장 중
올해 온라인 수영 대회도 예정

(주)더메이커스 장민규 대표가 부산 기장군 기장읍 본사에서 스크린 수영장 ‘스윔핏’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조영미 기자 (주)더메이커스 장민규 대표가 부산 기장군 기장읍 본사에서 스크린 수영장 ‘스윔핏’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조영미 기자

세상에 없던 개념을 내놓은 부산 스타트업이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실내서핑장 ‘서핑역’을 내놓은 데 이어, 세계 최초로 스크린 수영장 ‘스윔핏’을 선보인 (주)더메이커스다. 필드에 나가지 않고도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처럼 23~33㎡(7~10평) 남짓의 작지만 개인적인 공간에서 화면을 보며 수영을 할 수 있는 스크린 수영장이 부산 스타트업의 손에서 탄생했다.

■새로운 여가 활동 제시

더메이커스 장민규(34) 대표는 대학 시절 뉴질랜드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뉴질랜드에서는 수영을 못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기본 중의 기본, 생존이라고 여기더라고요. 국영수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나 여가·취미활동을 가장 먼저 배운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새로운 여가 활동을 선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대표가 2018년 더메이커스를 창업하고 처음 선보인 아이템은 그래서 실내 인공서핑장이었다. 당시 해외에서는 인공서핑장이 꽤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이었다. “관련 영상도 보고 해외에서 인공서핑장 문화를 접해보니 한국에서도 곧 실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영국 회사의 제품의 판권을 사서 한국에 도입해 보기로 했죠.”

하지만 막상 한국에 적용하려고 보니 해외와 환경이 달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실내 인공서핑장을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동식 장비를 직접 개발하게 됐다. “당시 수도권에도 인공서핑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장비를 국산화하고 이동식 서핑장을 개발한 곳은 우리가 처음입니다. 이동식 서핑장으로 특허를 내고 기장군 송정에 부울경 최초의 실내서핑장 ‘서핑역’의 문을 열었습니다.”

2019년 말 야심차게 서핑역의 문을 열었지만 마케팅의 부족으로 고전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더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 시간별 이용이 원칙이었다면 팬데믹 상황에 맞게 그룹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꿨고, 인공서핑장에 대한 인식도 점점 대중화되면서 ‘서핑역’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스크린 수영장 '스윔핏' 성수점에서 한 수영강사가 사용법을 시연하는 모습. 더메이커스 제공 스크린 수영장 '스윔핏' 성수점에서 한 수영강사가 사용법을 시연하는 모습. 더메이커스 제공

■인공파도와 ICT의 결합

창업 당시부터 인공수영장비는 장 대표의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서핑장비 개발과 인공수영장비를 놓고 고민했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공수영장비 개발에 마음이 기울었다. 원래 운동으로서의 수영은 친목 도모 성격이 컸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개별적으로 운동하려는 수요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물에서 러닝머신을 하는 것처럼 작은 공간에서 인공파도의 힘으로 제자리 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개념입니다. 화면을 보면서 강사의 수영을 배울 수 있고요. 관절이 아프다면 아쿠아로빅하듯 재활치료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학생이라면 생존수영을 배울 수 있고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살을 빼는 데 이용하는 등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메이커스는 인공수영장 장비를 직접 개발했다. 인공파도를 만드는 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했다. 하지만 막상 더메이커스가 스크린 수영장을 설치하려고 보니, 한국 법상 수영장업으로 허가받으려면 25m 규격 레인 설치와 체육 지도자 배치가 의무였다. 스크린을 보면서 작은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운동한은 스크린 수영장 ‘스윔핏’의 의도와는 전혀 달랐다.

결국 지난해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의 도움을 받아 부산상의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때 기존 규제 면제나 유예시켜 주는 제도)’ 1호 적용사례가 됐다. 덕분에 수영장업이 아닌 기타체육시설업으로 허가를 받고 25m 레인 설치나 지도자 의무 배치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스윔핏’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서울 은평구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이어 서울 성동구, 노원구에도 차례로 들어섰다. 부산에는 강서구 명지점이 오픈 예정이고, 기장군 본사 지하는 스윔핏을 보여주는 쇼룸으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 본사 쇼룸은 반려견 재활 전용 인공수영장 시설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수영대회의 꿈

장 대표는 사실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는 대학교 교직원이었다. 많은 이들이 직장으로 선호하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과감히 창업을 선택했다. “정규직 전환형 프로젝트 사원으로 공기업에서 일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교육사업에 대한 꿈이 늘 있어서 모교인 인제대에서 교직원으로도 일했습니다. 학교 행정에 대해서 배운 귀한 시간이었지만, 평생직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른 살 되던 해에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장 대표의 과감한 선택으로 스윔핏은 대중화의 길을 밟고 있다. 엠와이소셜컴퍼니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기도 했고, 1분기 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 원이다.

‘스윔핏’ 명지점까지 문을 열면 스윔핏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1000명을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스윔핏을 이용해 운동하는 회원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수영대회를 연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본적으로 ‘스윔핏’은 혼자 스크린을 보며 운동하는 개념이다 보니 회원끼리 수영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온라인 수영대회를 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명 수영선수를 초청하는 등 이벤트 개념으로 재밌는 대회를 열어볼 생각입니다.”

올해의 작은 목표가 온라인 수영대회라면 더메이커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가 공간을 디자인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스크린 수영장을 통해 ‘파괴적 혁신’을 선보였는데, 더메이커스가 복합적 여가를 가르쳐주는 시설을 갖추고 온라인으로 교육도 하는 회사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스윔핏’이 운동과 재활, 교육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일상인 공간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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