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만석 또 만석… “부산에 공연장·좋은 연주 팀 이렇게 많다니”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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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 이어진 원먼스 페스티벌
3200명 넘는 시민들 음악 즐겨

지난달 3일 해가 진 뒤 어둠이 내려올 즈음 부산 강서구 오션컬처팩토리 마당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홍영호 트리오 공연 모습. 오션컬처팩토리 제공 지난달 3일 해가 진 뒤 어둠이 내려올 즈음 부산 강서구 오션컬처팩토리 마당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홍영호 트리오 공연 모습. 오션컬처팩토리 제공

“제가 ‘노 쇼(예약부도)’를 기다려야 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2023 원먼스 페스티벌’이 한창이던 지난달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공간 ‘나눌락’. 조선팝 밴드 ‘소리치래’의 ‘발칙한 조선팝, 소리’ 공연 시작을 앞두고 노심초사하던 전혜숙 전 부산시 여성가족국장은 “예약이 찼다는데 혹시 비는 좌석이 있으면 들어가려고 대기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한창 일할 때는 공연장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아 잘 몰랐는데, 마실 가듯 가 볼 수 있는 작은 공연장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원먼스 페스티벌을 반가워했다.

지난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나눌락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조선팝밴드 '소리치레' 공연 모습. 나눌락 제공 지난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나눌락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조선팝밴드 '소리치레' 공연 모습. 나눌락 제공

실제 한 달 내내 이어진 페스티벌 기간 대부분의 소공연장은 만석의 기쁨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다만 내년엔 노 쇼 현상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시 지원을 받은 올해는 전석 무료로 진행했다.

부산소공연장연합회(회장 김은숙·스페이스 움 대표)는 지난 4일 낮 스페이스 움에서 ‘원먼스 페스티벌 성과 공유회 및 네트워크 파티’를 열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대표들, 아티스트들, 관객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일 낮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성과 공유회 및 네트워크 파티에서 부산소공연장연합회 김은숙 회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지난 4일 낮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성과 공유회 및 네트워크 파티에서 부산소공연장연합회 김은숙 회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김은숙 회장은 “같은 타이틀로, 마음을 모아서 어떤 일을 한다는 게 매우 아름답고, 보람이 있었으며, 강한 연대감이 느껴져 좋은 경험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개최한 원먼스 페스티벌의 경우, 부산소공연장연합회끼리 치른 조촐한 행사였다면 올해는 부산시 지원에다 시민 참여 열기가 높았고, 소공연장을 두루 알릴 좋은 기회가 됐으며,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와 라이징스타(경연)까지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부산 중구 구박갤러리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잼꿋 공연 중 국립부산국악원 신희재 단원이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박재현 단원 장단에 맞춰 대금 연주를 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지난달 11일 부산 중구 구박갤러리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잼꿋 공연 중 국립부산국악원 신희재 단원이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박재현 단원 장단에 맞춰 대금 연주를 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이날 참석자 중에는 “부산이 음악의 도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돈이 되는 일도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코로나 때 공간을 만들어서 겨우 월세 내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이번에 함께하게 돼 많은 힘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 중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는 것도 처음 알게 됐지만, 부산에 이렇게 많은 공연장과 좋은 연주 팀이 있는 줄 몰랐다”였다고 한다.

'2023 원먼스 페스티벌' 특별 공연으로 지난달 3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프롬나드 콘서트'. 부산 아티스트 8팀과 라이징스타 콘테스트에 최종 선정된 2팀이 공연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2023 원먼스 페스티벌' 특별 공연으로 지난달 3일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프롬나드 콘서트'. 부산 아티스트 8팀과 라이징스타 콘테스트에 최종 선정된 2팀이 공연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발언이 쏟아졌다. 대개가 “많은 아티스트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서고 싶은 무대가 되면 좋겠다” “한 팀이 서른 곳을 돌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는 순간 살짝 전율이 왔다. 내년에는 두 번 했으면 좋겠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같은 발언이 그것이다. 특히 지역 내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부산라이징스타 콘테스트’가 제 역할을 하면서 잘 커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왔다.

아티스트 겸 공간을 운영하는 분 가운데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시작한 공간이었는데 혼자서는 너무 힘들고 외로웠는데 소공연장연합회라는 걸 통해서 함께할 수 있어서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 무언가를 꿈꿀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뮤지션 입장에서도 내가 조금만 더 잘 준비해서 관객들에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음악의 힘, 문화의 힘을 알고 다시 찾아주겠다는 것을 알게 된 공연이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4일 낮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성과 공유회 및 네트워크 파티에서 필슈파스 콘서트홀을 운영하는 클라네티스트 이환석 대표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지난 4일 낮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성과 공유회 및 네트워크 파티에서 필슈파스 콘서트홀을 운영하는 클라네티스트 이환석 대표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우리가 준비를 잘해 공연을 만들더라도 전문 매니지먼트가 관리하는 그런 연주자들과 비교하면 부족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관객들은 수준이 높아서 사소한 차이점 하나에서도 상품 가치에 순위를 매기는 만큼 이게 과연 1만 원짜리냐 아니면 2만 원, 3만 원의 가치가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먼저 돌아보고 그에 어울리는 공연을 올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달 6일 해 질 무렵 부산 사상구 공간523 옥상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강혜인 퀄텟 공연 모습. 김은영 선임기자 지난달 6일 해 질 무렵 부산 사상구 공간523 옥상에서 열린 '2023 원먼스 페스티벌' 강혜인 퀄텟 공연 모습. 김은영 선임기자

한편 31개 공연장에서 지난 6월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릴레이로 진행된 2023 원먼스 페스티벌은 전체 공연 50개팀, 참여 예술인 219명, 관련 종사자 118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관람 인원은 잠정 집계 상태이지만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특별 공연 ‘프롬나드 콘서트’에 1700여 명, 소공연장 누계가 1500여 명으로 나타났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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