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치솟는 아이스크림값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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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ice cream)은 우유와 설탕, 향료 따위를 혼합해 얼려 만든 여름 대표 식품이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매료된 남녀노소한테서 사철 간식이나 디저트로도 각광받는다. 지난해 7월 8일 불의의 총격에 사망한 아베 전 일본 총리는 평소 아이스크림 광으로 유명했다.

겨울철 눈을 이용한 먹거리가 아이스크림의 기원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시장에서 눈에 꿀을 섞어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당시 히포크라테스는 이 같은 음식을 환자의 기분과 식욕을 돋우는 용도로 처방하며 생명수라고 극찬했다고 전해진다. 로마 시대 네로 황제는 산에서 가져온 만년설 가루에 꿀, 과일, 견과류를 넣어 즐겨 먹었다. 모두 현재의 빙수나 셔벗과 유사한데, 귀족과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지금처럼 유제품이 들어간 형태는 18세기에 등장했다. 1718년 영국에서 발간된 〈메리 에일스 아주머니의 요리책〉에 아이스크림 제조법이 나온다. 우유에서 추출한 생크림과 설탕이 보급된 데다 16세기에 자연의 얼음과 질산칼륨으로 빙점 이하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 개발돼 있어 가능했다. 책에 처음 소개된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는 174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아이스크림은 냉장고 발명 등 냉동기술이 발전한 20세기 들어 대량 생산 길이 열렸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에선 더위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때 상인이 접시가 동나자 아이스크림을 와플에 얹어 준 게 원뿔 모양 아이스크림콘의 시초가 됐다.

신라 때부터 석빙고를 사용한 한국인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각별하다. 2017년 기준 국내 1인당 아이스크림 소비량은 세계 평균보다 2.4kg 많은 7.8kg이다. 한 사람이 연간 60여 개의 아이스크림을 먹는 셈이다.

녹아내려야 제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다. 그런데 그 가격은 고물가에 편승해 고공행진을 이어 가며 얼음만큼 단단해지는 추세다. 6일 통계청이 밝힌 지난달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4%나 된다. 3월 기록한 상승률 13.7%는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빙과업계가 재룟값, 전기·가스료, 인건·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에 걸쳐 제품값을 올려서다. 아이스크림값은 원윳값 인상이 예고된 탓에 더 오를 전망이다. 최근 라면·제과·제빵 업체들이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맞춰 가격을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소비자단체가 빙과업계에 가격 인하와 고통 분담을 촉구하고 있다. 폭염에도 빙과류를 사 먹기 부담스러운 현실이 서글프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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