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사고 ‘솜방망이 징계’ 비판 고조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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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관련자 견책·훈계 그쳐
늑장 대응 불구 ‘제 식구 감싸기’
시민 불안·은폐 의혹 나몰라라
시민단체 “안전 도외시 유감”

부산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붕괴 사고. 부산일보DB 부산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붕괴 사고. 부산일보DB

지난 2월 말 부산 동래구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건설 현장의 일부 구간에서 발생한 토사 유출 사고와 관련해 부산시 간부 공무원에게 경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시민 불안이 가중되면서 늑장 대응 논란에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던 중대한 사안이었던 만큼 시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6일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0시 40분께 부산 동래구 미남교차로 인근 도로 지하 60m 지점에 위치한 만덕∼센텀 대심도 터널 천장에서 발생한 토사 유출 사고에 대한 감사 결과, 시 건설본부가 사고 발생 이후 ‘이틀 17시간 10분’ 만에 행정부시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 감사위원회는 안전사고 상황전파 지연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면서 이 과정에서 시공사(롯데건설)가 사고 발생 후 10시간 41분이 지난 2월 25일 오전 11시 54분에서야 시 건설본부 담당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시공사 통보 후 33분이 지나 담당자로부터 보고를 받은 건설본부 담당부장은 1일 20시간 53분이 지난 27일 오전 8시 50분에야 건설본부장에게 사고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어 건설본부장 역시 9시간이 지난 27일 오후 5시 50분이 되어서야 행정부시장에게 보고하는 등 늑장 보고가 연이었다. 당시 아프리카 순방 일정 탓에 부재 중이었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다음 날인 28일 오후 6시 40분께 공식 보고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용객 안전을 위해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는 도시철도 3호선의 서행 운행 조치가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 감사위원회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부산시 안전관리계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건설본부장에 대해 경징계(감봉, 견책) 처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건설본부 담당부장의 지연 보고는 피해 규모 파악과 후속 조치 강구 등에 따른 것으로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고 보고, 훈계 조치했다.

시공사의 초기 늑장 보고에 대해서는 건설기술진흥법 상 부실시공이거나 사망·입원 등의 인적 피해 또는 1000만 원 이상의 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시 건설본부에 도심 대심도 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하고 돌발적인 상황에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침서(매뉴얼)를 정비하고 담당자 교육을 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기관 경고했다.

연이은 늑장보고가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가벼운 처분에 그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시민들은 당초 논란이 됐던 늑장 대응이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경징계와 훈계에 그친 것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사고 위치가 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는 곳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한 게 문제”라며 "시 감사위원회의 징계 요구가 관행에 따라 소극적으로 그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시는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후조치를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심도 공사는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중앙로를 거쳐 해운대 재송동 센텀시티 수영강변대로를 지하터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전체 길이는 9.62km, 왕복 4차로 규모로, 모두 7832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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