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 개정 찬물 끼얹는 공공기관 2차 이전 연기 안 될 말”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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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차 이전 총선 뒤로 연기 방침
시민단체 “희망고문 하나” 강력 반발
PK 민주 “이젠 뭘로 당 설득하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발벗고 나서
산은법 개정에 부정적 여파 차단
야당에 제시할 협상카드 내놔야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연합뉴스

정부 내 공공기관 2차 이전 시기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려는 기류가 명확해지면서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산은법 개정안을 ‘우선처리법안’으로 지정한 여당 지도부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비롯해 야당의 태도 변화를 견인할 다각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6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산은 이전을 위해 본점 위치를 ‘서울특별시’로 못박은 현행 산은법 조항을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지난해 1월 서병수 의원이 처음 제출하고, 이후 민주당 김두관 의원 등이 연이어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에서 1년 넘게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은 산은 노조와 연계해 이전 반대 입장을 노골화 하면서 국민의힘의 법안 심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PK) 민주당 의원들이 올해 4월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의 대원칙에 따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간절히 희망한다”며 중앙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지만, 별다른 반향은 없었다.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이 수도권 출신인 데다, 내년 총선의 승부처 역시 수도권이라는 당 주류의 인식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정부 시절 PK 민심을 겨냥해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당론 처리했지만 보수 우위의 지역 민심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산은 이전에 냉담한 당내 기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시나 지역 정치권에서는 산은법 개정안 처리의 활로를 공공기관 2차 이전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국가균형발전을 정책 브랜드로 삼고 있는 민주당이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반대할 명분이 없는 데다 호남을 비롯해 비수도권 민주당 의원들도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분위기 반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시 핵심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산은 이전을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연계해 추진한다면 민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조속한 실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올해 상반기까지 정무위에 속했던 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도 “산은 이전 법안만 통과시키기에는 명분이 없다”면서 “국민의힘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민주당에 내놓을 협상카드를 가져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 차원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시기를 총선 이후로 넘기는 데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2차 공공기관의 내년 하반기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계획을 연기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을 희망고문한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추진한다고 해도 지역 갈등과 유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에 강력히 추진하지 않으면 결국에 공공기관 이전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최근 산은법 개정안을 우선처리법안으로 지정하고 이를 직접 챙기겠다고 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움직일 수 있는 입법 전략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여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끝내 산은법 이전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행정적인 차원에서 불가역적으로 이전을 못박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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