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모집에 100명 대기… ‘수강 매크로’ 의혹까지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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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공체육시설 ‘예약 전쟁’

스포원 수영 강습 2분 내 신청 마감
백운포·부산종합실내 테니스장
10~30초 내 완료 매크로 ‘편법설’
시민들 “시설 확충 외 답 없다” 지적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운동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산지역 공공체육시설의 수가 모자라 이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 부산 남구 용호동 백운포 체육공원과 테니스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운동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부산지역 공공체육시설의 수가 모자라 이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 부산 남구 용호동 백운포 체육공원과 테니스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에서 싸고 여유롭게 공공체육시설에서 운동을 즐기려면 ‘빠른 손놀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취미로 운동을 배우고자 하는 인구가 늘면서 예약 경쟁은 ‘예약 전쟁’이 됐다. 최근에 빠른 손놀림도 무력화 시키는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동원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예약 명령을 무한히 반복하는 프로그램까지 쓰이고 있다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열악한 지역 공공체육시설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예약하려면 매크로 이용?

부산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스포원 수영장은 저렴한 수영 강습료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만큼 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스포원 수영장의 성인 강습료는 한 달에 5만 8000원. 사설 수영장의 3분의 1 가격으로 수영을 배울 수 있다 보니 항상 수강 신청에 많은 인원이 몰린다. 스포원 관계자는 “예약이 열리는 오전 9시 정각부터 1~2분 사이에 승패가 갈린다”며 “선착순으로 예약이 이뤄지다 보니 웬만큼 인터넷 예약에 능숙하지 않은 이상 신규로 수영 강습에 들어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추첨제로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공공 수영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동래구청에서 운영하는 동래구국민체육센터의 경우 가장 인기가 있는 오전 6시 시간대에 수강 희망자로 등록한 회원이 실제 수영 강습을 듣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래구국민체육센터 관계자는 “지난달 13명의 신규 수강자를 모집했는데 당첨되지 못해 대기자로 남은 인원만 100여 명에 이른다”며 “코로나19 완화 이후 3개월 전부터 수영의 인기가 높아져 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M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테니스도 코트 예약에 몸살을 앓고 있다. 스포원 테니스장의 경우 퇴근 후 오후 8시 시간대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 1분 안에 모든 코트의 예약이 완료된다. 스포원 관계자는 “최근 테니스인이 늘어나고 이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다 보니 이용을 원하는 시간대가 비슷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설에선 코트 예약에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남구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백운포 체육공원은 가장 인기 있는 퇴근 후 오후 7시 시간대의 경우 10초 안에 모든 코트의 예약이 완료된다. 특히 이 시간대엔 특정 팀이 예약을 독점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꾸준한 독점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시설 이용자들 사이에선 매크로가 사용되고 있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편법 막을 근본 대책을

예약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공공체육시설 확충만이 근원적 대책이라는 데 시설과 이용자들 모두 동의한다. 예약 방식 변경이나 매크로 사용 단속 등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매크로 사용 자체는 불법이라 보기 어렵다. 매크로 사용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돼야 한다. 법무법인 시우 최재원 변호사는 “매크로를 통해 예약한 코트를 돈을 받고 되팔거나, 불법 행위에 활용하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매크로를 사용한 경우엔 처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시설에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매크로 이용 시 처벌받을 수 있음을 경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10초 이내에 모든 코트가 매진된 백운포 체육공원 관계자는 “매크로 사용이 의심돼 예약 사이트 관리 업체를 만나 확인해 봤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명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의심은 되는데 확신할 수도 없고 처벌도 불가능해 경고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체육회가 운영하는 부산종합실내테니스장의 경우에도 30초 내에 모든 코트가 예약 완료되는 매크로 의심 정황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종합실내테니스장 관계자는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 해당 아이디를 블랙리스트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다른 아이디를 구해 로그인할 경우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한정된 체육 시설을 많은 사람이 이용하려 하다 보니 매크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실정이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부산의 공공체육시설이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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