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총리, 복합문화공간 F1963 찾은 인연 각별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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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 총리, 정전 70년 맞아 방한
26일 일정 쪼개 4시간가량 방문

전투 부대 파병은 한국전쟁 유일
10년 전 시장 때부터 각별히 챙겨

고려제강, 35년 전 합작법인
3대째 명예영사 맡아 관계 지속

총리 “우정은 사고팔 수 없다”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왼쪽에서 세 번째) 총리 일행이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F1963 일원을 돌아보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대째 대를 이어 신임 룩셈부르크 명예영사로 취임한 홍석표 고려제강 사장. F1963 제공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왼쪽에서 세 번째) 총리 일행이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F1963 일원을 돌아보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3대째 대를 이어 신임 룩셈부르크 명예영사로 취임한 홍석표 고려제강 사장. F1963 제공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를 찾은 룩셈부르크 자비엘 베텔(가운데) 총리와 고려제강 홍영철(오른쪽) 회장, 그리고 홍석표(왼쪽) 사장. F1963 제공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를 찾은 룩셈부르크 자비엘 베텔(가운데) 총리와 고려제강 홍영철(오른쪽) 회장, 그리고 홍석표(왼쪽) 사장. F1963 제공

룩셈부르크는 22개 한국전 참전국 중 인구 대비 최다 인원을 파병한 국가이다. 룩셈부르크가 전투부대를 파병한 것은 지금까지도 한국이 유일하다. 1951년 1월부터 육군 1개 소대가 벨기에 대대에 편입돼 임진강, 학당리, 잣골 등에서 전투를 수행했다. 연인원 85명이 참전해 2명이 전사하고 14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 남은 생존자는 2명으로 줄었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식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방한한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지난 25일 한국에 도착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양국 관계 발전, 실질 협력 강화, 국제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데 이어 부산에서도 광폭의 행보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고려제강 건물에 부착돼 있는 룩셈부르크 문장. 김은영 선임기자 고려제강 건물에 부착돼 있는 룩셈부르크 문장. 김은영 선임기자

베텔 총리는 지난 26일 오후 4시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국제보훈장관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저녁에는 피에르 페링 주일 룩셈부르크 대사, 기자단 등 룩셈부르크 방한단 20명과 함께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인 F1963을 방문했다. 여기서 고려제강기념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F1963도서관을 일일이 둘러보고, 금난새 뮤직센터(GMC)에서 열리고 있는 ‘GMC 서머 뮤직 페스티벌’ 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룩셈부르크 명예영사 이·취임식을 갖고, 이어지는 만찬까지 F1963에서 4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이 자리에는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과 홍석표 사장, 위미라 문화재단1963 이사장, 금난새 지휘자 등이 동석했다.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를 찾은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왼쪽에서 네 번째) 총리가 고려제강 홍영철(오른쪽에서 두 번째) 회장, 지휘자 금난새(왼쪽에서 세 번째) 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를 찾은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왼쪽에서 네 번째) 총리가 고려제강 홍영철(오른쪽에서 두 번째) 회장, 지휘자 금난새(왼쪽에서 세 번째) 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룩셈부르크 자비엘 베텔(오른쪽에서 세 번째) 총리 일행이 26일 오후 F1963 도서관을 돌아보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룩셈부르크 자비엘 베텔(오른쪽에서 세 번째) 총리 일행이 26일 오후 F1963 도서관을 돌아보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그런데 베텔 총리는 어떤 이유로 그 바쁜 일정을 쪼개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 공장으로 변신한 F1963을 찾게 된 것일까. 여기엔 룩셈부르크 시장 재임(2011~2013) 시절 맺은 인연과 우정이 한몫했다. 2013년 12월 총리에 오른 베텔은 시장 재임 시절부터 6·25전쟁 참전용사 위로 행사와 한·룩셈부르크 친선 음악회에 해마다 참석하는 등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고려제강은 한-룩셈부르크 친선 음악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금난새 지휘자도 친선 음악회를 통해 베텔 당시 시장을 처음 만났다.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을 방문한 룩셈부르크 자비엘 베텔(오른쪽) 총리가 홍영철(왼쪽) 고려제강 회장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을 방문한 룩셈부르크 자비엘 베텔(오른쪽) 총리가 홍영철(왼쪽) 고려제강 회장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을 방문한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 총리. F1963 제공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을 방문한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 총리. F1963 제공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을 방문한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 총리. F1963 제공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을 방문한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 총리. F1963 제공

룩셈부르크와 고려제강의 인연은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2월 고려제강과 룩셈부르크 ‘트레필 알베드’사는 각각 50%씩 투자한 고려트레필알베드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듬해 1979년에는 룩셈부르크 앙리 대공과 경제사절단이 양산공장 준공식에도 참석했다. 이런 일련의 사정으로 1980년 고 홍종열 명예회장이 룩셈부르크 명예영사로 임명됐고, 이후 1989년 홍영철 회장이 명예영사를 물려받았다. 그 사이 룩셈부르크 기욤 대공세자, 장 대공 등이 몇 차례나 한국을 찾으며 관계는 지속된다. 그리고 26일 34년 만에 홍석표 사장이 이·취임식을 통해 베텔 총리로부터 직접 명예영사 임명장을 받았다.

홍석표(오른쪽) 신임 룩셈부르크 명예영사가 선서문을 읽고 있다. F1963 제공 홍석표(오른쪽) 신임 룩셈부르크 명예영사가 선서문을 읽고 있다. F1963 제공
26일 룩셈부르크 명예영사 이·취임식 직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피에르 페링 주일 룩셈부르크 대사, 홍석표 신임 명예영사, 자비에 베텔 총리, 고려제강 홍영철 회장, 위미라 문화재단1963 이사장. F1963 제공 26일 룩셈부르크 명예영사 이·취임식 직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피에르 페링 주일 룩셈부르크 대사, 홍석표 신임 명예영사, 자비에 베텔 총리, 고려제강 홍영철 회장, 위미라 문화재단1963 이사장. F1963 제공

신임 룩셈부르크 명예영사에 취임한 홍 사장은 “대사관도 개설되지 않은 나라에서 명예영사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도 두 분 회장님이 잘해 오신 것처럼 저도 올해 새로 문을 여는 주한 룩셈부르크대사관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 사장은 “3대에 걸쳐 이 일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닌데 책임감도 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룩셈부르크대사관이 없고, 주일 룩셈부르크 대사관에서 한국과 일본 영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지난 25일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베텔 총리는 “올해 안에 주한 룩셈부르크대사관을 개설하고자 준비 중”이라고 말했고, 부산에서 확인한 바로는 올해 11월이 유력하다.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에서 두 번째) 총리가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F1963 일원을 돌아보고 있다. F1963 제공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에서 두 번째) 총리가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F1963 일원을 돌아보고 있다. F1963 제공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 총리와 고려제강 홍영철(왼쪽) 회장 등이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 등 F1963 일원을 돌아보고 있다. F1963 제공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오른쪽) 총리와 고려제강 홍영철(왼쪽) 회장 등이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고려제강기념관 등 F1963 일원을 돌아보고 있다. F1963 제공

베텔 총리는 “우정은 사고팔 수가 없다. 한 도시에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있고, 이를 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고려제강과 룩셈부르크가 연결돼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도시에서 문화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 1년에 50여 회 콘서트(GMC 음악회)를 열고 시민들이 무료로 와서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놀랍다”고도 말했다.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에서 열린 음악회를 관람 중인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가운데줄 왼쪽에서 네 번째) 총리 일행과 관객들. F1963 제공 26일 오후 부산 수영구 금난새 뮤직센터에서 열린 음악회를 관람 중인 룩셈부르크 자비에 베텔(가운데줄 왼쪽에서 네 번째) 총리 일행과 관객들. F1963 제공

이날 GMC에서 열린 음악회는 첼리스트 홍은선과 피아니스트 서형민이 출연해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등을 연주했다. 음악회 진행을 맡은 금난새는 “베텔 총리는 러시아계 미국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라흐마니노프의 증손자로도 알려져 있어서 특별히 라흐마니노프 곡을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텔 총리는 총리직 외에도 통신미디어장관, 종교부장관, 디지털화장관, 행정개혁장관을 겸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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