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만에 끝난 부산대병원 파업, 환자 신뢰 추락은 ‘치료 불가’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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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진료 정상화
파업 장기화로 병원 불신 ↑
노조 “불법의료 근절 의미”
병원 “노사 화합으로 진료 최선”

2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대병원 파업이 20일 만에 막을 내렸지만,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장기 파업을 벌였다는 비판은 계속된다. 파업 기간 동안 항암 치료와 수술 등이 미뤄지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히 병원의 대리처방 등 불법의료 요소가 파업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환자들의 신뢰마저 잃게 됐다.

2일 부산대병원은 임금·단체협약에 노사가 잠정 합의하면서 이날부터 진료를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부터 외래·검사와 관련한 인력이 복귀했고, 교대근무자들도 이날 오후부터 복귀하면서 병동 운영도 정상화됐다.

파업이 마무리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도 한시름 놨지만, 파업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온 박 모(63) 씨는 “환자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이렇게까지 오래 파업을 이어갈지 몰랐다”면서 “병원도 노조도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번 파업 후유증으로 병원 신뢰도 곤두박질쳤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부산역 앞에서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열고, 부산대병원의 불법의료 실태를 시민들에게 알린 바 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가족의 수술이 연기된 이 모(50) 씨는 “간호사가 대리 처방을 하고,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보러 오지 않고, 불법 의료가 판을 친다는데 그런 병원에 가족을 맡길 수 있겠냐”면서 “서울로 병원을 옮겨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불법의료 근절이라는 파업 목적을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임단협을 통해 노사는 의사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처방 금지, 환자 신체부위를 비롯한 개인정보 전송 요청 금지 등 불법의료 근절과 안전한 병원 만들기에 합의했다. 향후에는 준법의료위원회를 설치해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중대한 불법의료 발생 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의 조치도 마련됐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대병원뿐 아니라 대부분 의료기관에 만연해있는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실효성있는 첫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병원 노사는 진료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입장이다. 병원은 이날 병원 홈페이지에 파업으로 인해 진료 차질이 빚어진 점에 대해 사과했다.

병원 측은 “이번 파업기간 동안 가장 힘들어했던 암, 소아암, 항암치료, 중증외상 등 중증질환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이 진료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병원 노사가 화합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도 “진료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 환자와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빠른 진료 정상화와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병원 노사는 전날인 1일 오후 부산대 차정인 총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고,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노사는 △불법의료 근절 △인력확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임금 인상 등에 대해 합의했다.

다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노조가 요청한 501명 전원이 아닌 시설 용역직 171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직접 고용키로 했다. 보안, 미화, 주차 용역직 330명의 전환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이번 파업으로 인해 암 환자들과 외상 환자 등의 고통이 컸던 만큼, 파업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필수유지업무’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또다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신생아실 등과 함께 긴급 암환자 병상 120병상, 항암주사실 70%, 외상병상 30병상은 유지하기로 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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