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사업’ 5년 족쇄 풀리자 지역 대학 ‘공대 구조조정’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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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신입생 모집에 나서는 부산지역 대학들이 ‘프라임 늪’ 탈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대 정원을 늘리고 국비를 지원받는 일명 프라임 사업으로 5년간 부진한 신입생 충원 성적표를 받았던 대학들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다. 인기가 시들해진 학과에서 추가 신입생을 뽑지 않거나 정원을 대폭 줄이는 방식인데, 지역 대학 공대 위기의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신라대·동명대·인제대·동의대 등 4개 지역 사립 대학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인 프라임 사업 기간 5년이 올해 종료된다. 4개 대학은 프라임 사업에 선정돼 2016년부터 타 단과대 정원을 줄이는 대신 공대 정원을 늘리고 대학당 15억 원 내외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역경제 쇠퇴 등 사회 변화와 맞물려 공대 지원자가 줄면서 프라임 사업은 각 대학 신입생 모집에 큰 타격을 입혔다. 프라임 사업 조건에 따르면 사업 기간 3년과 사후관리기간 5년을 더해 올해까지는 재정 지원을 받은 학과에 대한 개편이나 정원 조정을 원칙적으로 할 수 없다.


공대 인기가 시들해져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들은 공대 구조조정, 학과 통폐합 등을 단행하며 학생 모집을 해나갔지만, 이들 대학은 ‘프라임의 저주’라고 불리며 공대생 모집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신입생 정시 모집에서 동명대는 프라임 사업 대상학과인 기계로봇학과는 경쟁률이 0.18 대 1, 의료기기학과 0.24 대 1, 해양모빌리티학과는 0.33 대 1을 기록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라대는 공대 정시전형 정원 79명 모집에 48명이 응시하며 31명의 결원이 발생했다. 인제대의 경우도 프라임 사업 관련 학과 12개 학과 중 전자·기계자동차공학부, 산업경영공학과, 미래에너지공학과는 정시에서 신입생을 모두 충원하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공대가 강했던 동의대도 정시 모집에서 기계자동차로봇부품공학부, 신소재공학부가 각각 경쟁률 0.87 대 1, 1.45대 1을 기록하며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었다.

이들 대학은 프라임 사업 기한이 끝나자마자 올해 대규모 공대 개편과 비공대 학과 신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명대는 앞서 언급된 3개 학과에서 더 이상 신입생을 뽑지 않고 AI융합대학 6개 학과, 공과대학 10개 학과를 ICT융합대학 11개 학과로 개편하고 게임그래픽학과를 신설했다. 전체 공대 정원도 283명에서 255명으로 줄였다. 신라대는 프라임 사업 대상이었던 자동차공학과와 배터리학과를 배터리·자동차공학부로 통합했고, 건축학부를 건축학과와 실내건축디자인학과로 분리했다.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뷰티케어학과도 정원 30명 규모로 신설했다. 동의대는 프라임 사업에 소속돼 있던 공과 계열 3개 단과대학을 2개로 통합했다. 산업ICT기술공학전공, 정보통신공학전공 등 2개 전공의 모집을 중단했다. 공대 정원도 1509명에서 1378명으로 줄이고 심리학과,경기지도학과 등을 신설했다. 인제대는 게임학과, 응급구조학과, 전기차공학부 등을 신설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지만, 이 같은 모습이 지역 산업 기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공대 색채를 뺄 수밖에 없지만 지역 대학에서 공과대학이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지산학 협력이나, 지역 산업에도 악영향이다”며 “프라임 사업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지역 공대 육성 정책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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