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 이례적 관통… ‘느림보 태풍’ 안전지대 없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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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만에 첫 종단 경로 ‘카눈’

상륙 후 서울 향해 북서진 전망
곡선 형태 아닌 내륙 직선 이동
전 지역 훑고 지나 전국이 영향권
부산·경남 일대 초속 25m 강풍
속도도 느려 비바람 피해 초비상

9일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 건물에 월파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9일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 건물에 월파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10일 오전 남해안에 상륙하는 제6호 태풍 ‘카눈’은 한반도 남쪽에서 북쪽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이례적인 경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동 속도도 느릴 것으로 예상돼, 내륙을 느리게 통과하면서 강한 바람을 일으키고 많은 비를 뿌릴 전망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9시께 남해안에 상륙해 내륙을 관통해 서울 방향으로 북서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11일 북한 부근에서 세력이 점차 약해지면서 평안북도 강계군 부근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경로가 한반도의 남쪽부터 북쪽을 종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상청에 데이터가 남아있는 1951년 이후 이 같은 경로를 보인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 모양으로 곡선 형태를 그리며 해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의 경우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와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태풍이 한반도를 종단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 박정민 예보분석관은 “과거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 경로를 살펴볼 때, 지리산과 덕유산, 소백산맥 남동쪽에서 북서쪽을 넘은 태풍은 없었다”고 말했다.


어스널스쿨 캡처 어스널스쿨 캡처

이번 태풍은 강도 면에서는 지난해 8월 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힌남노’보다 약할 것으로 예상되나, 한반도 전체를 할퀴는 만큼 피해는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태풍으로 인해 전국이 초속 15m이상의 강풍이 부는 ‘강풍반경’에 들겠고, 태풍의 상륙점 인근인 경남·부산 일대는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폭풍반경’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태풍은 이동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카눈은 상륙하기 전인 9일 밤까지 해상에서 시속 20km 이하의 느린 속도로 이동한다. 통상 태풍의 이동 속도는 시속 30~40km다. 카눈은 남해안에 상륙한 이후로도 시속 26km 수준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의 이동속도가 느리면, 내륙에 머무르는 시간도 긴 만큼 비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는 시속 20km 안팎의 속도로 이동하며 수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남겼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루사로 인한 인명피해(사망·실종)는 246명, 재산피해는 5조 1429억 원이다. 루사는 강릉에 하루동안 870mm 이상의 물폭탄을 뿌리기도 했다.

태풍이 상륙하기 직전 강도가 더욱 세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으면 열용량이 높아져 태풍이 더욱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데, 현재 남해안의 수온은 약 29도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수준이다. 다만 태풍은 내륙을 지나면서 약해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상륙한 이후에는 세력이 점차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오후 3시께 충청도 부근을 지날 때는 강도가 ‘중’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 강도는 최대 풍속이 초속 25~32m 사이일 때를 말한다. 이날 밤 태풍이 서울 인근을 지날 때 쯤이면 세력이 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때 역시 초속 17m이상의 바람이 부는 만큼 여전히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한반도 전체를 훑고 지나가는 만큼 안전한 곳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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