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현실과 가상 오가는 동시대인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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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록 ‘비행카메라를 든 사람’

부산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동시대에 공유되는 예술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하는 뉴미디어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성록(1978~)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다양한 시각적 표출 방법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동시대에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미지들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현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부산현대미술관이 지향하는 소장품의 방향성을 잘 드러낸다.

작가는 일찍이 ‘록버 프로젝트’(2006)를 통해 화성 탐사 로봇인 로버(ROVER)를 변형한 기계 장치를 고안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후 동시대의 대표적 시각 재현 기술 중 하나인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주된 매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고찰하기도 했다.

작품 ‘비행카메라를 든 사람(A Man with a Flying Camera)’은 작가가 특정 공간을 걸어가는 본인의 모습을 드론을 이용하여 직접 촬영한 영상이다. 작가는 드론의 조종자임과 동시에 화면을 구성하는 출연자이기도 하다. 그는 두 가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현실과 가상의 중첩된 세계를 배회하는 동시대인’을 은유하고자 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다큐멘터리 영화 장르를 개척한 러시아 영화감독인 지가 베르토프(1896~1954)의 대표작 ‘카메라를 든 사나이’(1929)에서 차용했다. 베르토프 감독은 카메라 렌즈는 인간의 눈이 포착할 수 없는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으며, 진정한 현실을 나타내주는 ‘완전한 눈’이라고 믿었다. ‘비행카메라를 든 사람’을 촬영한 드론 카메라 또한 베르토프 감독의 영화에서처럼 동시대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효과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이 ‘뉴노멀’인 일상을 경험했다. 현재 현실과 가상의 개념이 끊임없이 재정의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주체적으로 드론을 조종하면서 상공을 종횡무진 활보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현실을 침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우리 자신을 분열시키지 못하도록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비행카메라를 든 사람’은 현재 부산현대미술관 1층 로비에서 개최되고 있는 ‘소장품 포커스’ 전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이해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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