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콰트로 포트’ 가덕신공항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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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경제부장

내년 설계비 등 5363억 예산 반영
부산 역대 최대규모 사업 추진 실감
여객선·UAM 더한 ‘콰트로 포트’로

부지 공사 지역 업체 참여 기회 늘리고
기대 못 미친 화물처리 증가 방안 고민
동남권 전체 공항 수혜 방안 마련해야

지난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부산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히 가덕신공항 관련 예산이었다. 가덕신공항 2029년 조기 개항을 위한 설계비와 보상비, 공사 착수비 등 관련 예산 5363억 원이 반영됐다. 올해 130억 원에 비해 무려 4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부산의 단일 사업에 정부가 이렇게 1년에 5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적은 없다. 여기에 가덕신공항과 연결되는 연계 교통망 중 하나인 부산신항~김해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도 1553억 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정부가 긴축 재정으로 방향을 틀었음에도 지역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가덕신공항 관련 예산이 반영된 것을 보면서, 부산의 숙원이자 역대 최대규모 사업이 이제 정말 본격화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실제 공사가 시작될 내후년부터는 연간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게 된다.

이에 앞서 국토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안)’에서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들이 제법 보였다. 정부가 가덕신공항 건설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기본 방향으로 우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건설로 물류·여객의 복합-콰트로 포트 구축’이란 점을 강조했다. 4를 뜻하는 ‘콰트로’는 기존에 지역에서 주창했던 항공·항만·철도 ‘트라이(3)포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물류 측면에선 가덕신공항과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국지도 신설로 도로 기능을 보강한다. 특히 여객 부문이 눈에 띄는데, 가덕신공항에 연안여객터미널이 설치될 계획이다. 기존 항공기 자동차 열차에 여객선까지 4개 여객 요소를 다 갖추게 된다. 부산 북항이나 해운대는 물론 울산과 전남에서도 여객선을 타고 공항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다 미래의 첨단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장도 설치된다. UAM이 상용화되면 부산은 물론 남부권 전체의 비즈니스 승객을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전담할 조직인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신설을 국토부가 확정했고, 현재 3500m 규모의 활주로 1본을 향후 수요에 따라 2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둔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도 많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항공수요를 2065년 기준 여객 2326만 명에 화물 33만 5000t으로 잡았는데, 화물 처리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국내 공항 화물처리량(383만t)의 87.3%를 처리한 인천공항의 330만t과 이미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2065년 기준으로는 더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다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에서 나온 TK신공항의 2060년 국제선 화물처리량 21만 3000t과도 별 차이가 없다. 부산항 신항과 연계해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물류 중심의 공항 육성을 기대했기에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다. 이는 부산시와 경남도 등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육해공 물류망 완성을 발판삼아 고부가가치 신산업 육성과 항만과 공항을 연계한 환적화물 유치로 신공항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 또 새로운 고속철도를 비롯한 교통망 구축과 산업·물류 단지 조성 등으로 부산뿐만 아니라 동남권 전체가 신공항 운영의 수혜를 더 누릴 방안들도 차근차근 준비해 가야 한다.

10조 원이 훌쩍 넘는 공항 건설 과정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가덕신공항특별법에는 공항 예정지역의 지역기업을 우대하게 돼 있다. 그러나 수 조원대에 달하는 부지 조성 공사를 단일공구로 발주하기로 해 규모가 작은 지역 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하청업체 역할에만 그치고,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 건설사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역의 우려에 대해 지난주 지역 업체 참여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부산의 건설 관련 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건설협회나 주택협회 등은 가덕신공항뿐 아니라 지역의 건설·건축 관련 이슈에 대해 늘 침묵해 오면서 존재감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공항 명칭에 대한 논의도 이제 시작되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선 신공항 주변이 이순신 장군의 무패 신화가 깃든 지역으로 ‘이순신국제공항’으로 명명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에선 부산이라는 도시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차원에서 당연히 ‘부산국제공항’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적 항만인 부산항과의 시너지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둘 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뭐가 됐든, 이제 닻을 올린 신공항 건설 사업이 명품 공항으로 완성되기까지 계속 지혜를 모아 나가자.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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