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펄 뒤덮인 마이즈루만 해저 유해 지금도 충분히 발굴 가능” [‘8000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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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수중 유해 조사 이응구 씨

인양 67년 만에 5시간 걸쳐 탐사
수심 18m 바닥 모래 골 펼쳐져
유해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 높아
에어리프팅 활용 땐 어렵지 않아

30여 년간 전문 스쿠버 다이버로 활동했던 이응구 씨가 지난달 말 부산 해운대구 자택 앞에서 2012년 5월 30일 우키시마호 침몰지 수중 조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보경 PD harufor@ 30여 년간 전문 스쿠버 다이버로 활동했던 이응구 씨가 지난달 말 부산 해운대구 자택 앞에서 2012년 5월 30일 우키시마호 침몰지 수중 조사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보경 PD harufor@

“마이즈루 바다는 수심도 깊지 않고 아주 고요합니다.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충분히 유해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응구(60·부산 해운대구) 씨는 11년 전 수중 유해 조사를 벌였던 일본 교토 마이즈루만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곳은 78년 전 해방 귀국선 우키시마호와 수천 명의 강제징용 한국인이 수몰된 장소. 30여 년간 전문 스쿠버 다이버로 활동한 그에게도 잊히지 않는 경험이었다. 이 씨는 1984년부터 부상을 입기 전인 2019년까지 스쿠버 다이버로 일했으며, 지금도 대한잠수협회 소속 강사로 활동한다.

“(배 인양 이후)67년 만에 물속에 들어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마이즈루만 해저는 수심 18m에 눈이 와 있는 것처럼 펄이 뒤덮인 모습이었습니다. 또 모래 골들이 나 있어서 해저 바닥은 1~1.3m 정도의 굴곡이 져 있었습니다.”

이 씨는 당시 해저 펄의 깊이를 체감하고자 탐침봉을 깊숙이 찔렀고, 정체불명의 딱딱한 것들이 부딪히기도 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한 50~70cm 연한 펄 밑에 모래인지 물체인지 탐침봉에 부딪혔습니다. 혹시 선체나 유해 일부분이 아닐까 기대했죠. 손으로 파 보려고도 했지만, 그렇게 팔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너무 늦게 왔구나’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이 씨는 2012년 5월 30일 한일문화연구소 김문길(부산외대 명예교수) 소장, 우키시마호희생자 유족회 한영용 회장과 우키시마호 침몰지 수중 유해 조사를 벌였다. 김 소장의 거듭된 설득 끝에 사비까지 들여 동료 스쿠버 1명과 조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김 소장은 당시 5~6개월에 걸쳐 일본 교토현, 마이즈루시, 현지 포구 어선협회 등의 허가를 이끌어 낸 상태였다.

“그때까지 우키시마호 사건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건이 있는데도 아직 정부하고 다이버가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때 제 일도 바쁜 상황이었고, 일본 가는 비용도 내야 한다고 해 고민을 많이 했죠. 근데 한국인 중에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거잖아요. 현업으로 다이빙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 마이즈루 바다에서 해파리와 함께 인증 사진을 찍은 조사팀. 이응구 씨 제공 일본 마이즈루 바다에서 해파리와 함께 인증 사진을 찍은 조사팀. 이응구 씨 제공

당시 오전, 오후에 걸쳐 5시간 동안 해저를 탐사했다. 기초 조사를 통해 침몰지의 수심과 해저층 구성을 예측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해저에 암반 지역이 있을 것이고, 암반 구석진 곳에 선체나 유해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들어갔는데 모래펄이 뒤덮여 있었던 겁니다.”

이 씨는 마이즈루만 특성상 유해가 침몰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태풍 같은 게 오더라도 만이기 때문에 유해가 굴러다니고 할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1950년대 배 인양 때 유해가 그대로 가라앉았다면 크게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겁니다.”

이에 해저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끌어 올리는 에어리프팅 장비를 이용한다면 지금 기술로도 충분히 발굴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현지에서 장비를 대여한다면 비용이나 시간도 크게 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를 발굴할 때처럼 에어리프팅으로 펄을 제거하면 유해나 유품 등 어느 정도 형체가 나올 겁니다. 현지 장비 대여가 어렵다면 영도에서 바지선, 예인선을 이용해 장비를 싣고 가는 방법이 있죠. 험한 바다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이 씨는 여태껏 한국 정부조차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현지 탐사나 조사를 해보면 어떤 방법으로 발굴할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장비와 인력이 없는 게 아닌데도, 고생하신 분들(강제징용자)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다이버로서 참 안타깝습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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