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은행법 개정 안 되면 총선서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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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울경 의원들 당론 채택 요구
지도부 등 당 차원 반대 기류는 여전

서울 산업은행 본점 모습. 부산일보 DB 서울 산업은행 본점 모습. 부산일보 DB

부산·울산·경남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5일 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을 새로 발의했다. 이날 부울경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산은법 4조에 서울로 명시돼 있는 산은 본점 소재지를 ‘부산의 금융중심지’로 바꾸는 게 골자다. ‘본점을 대한민국에 둔다’고 한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의 이전 발의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산은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바꾸려는 개정안은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도 발의해 놓은 바다.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이 같은 방향의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는 모양새이니 산은 부산 이전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데가 있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의 산은 이전 반대 기류 때문이다.

부울경 의원들의 바람과는 달리 민주당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산은 이전에 대체로 미온적이다. 당 지도부는 산은 노조의 눈치를 보는 터라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고, 제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산은 이전에 제동을 거는 당 소속 의원도 다수다. 특히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면서 지역구가 산은 본점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인 김민석 의원은 노골적으로 산은 이전을 반대하며 요지부동이다. 민주당이 이러는 사이 산은법 개정 시도는 별다른 진척 없이 표류하고 있다. 부울경 의원들이 산은법 개정의 당론 채택을 요구하며 당 지도부 설득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산은과 그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컨설팅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산은의 조직과 기능을 100% 부산으로 옮기는 ‘본점 이전 계획안’을 이미 확정했다. 남은 절차는 ‘산은 본점은 서울에 둔다’는 산은법 조항을 국회가 개정하는 일뿐이다. 이 부분만 해결되면 산은 부산 이전은 산은 노조의 반발에도 일사천리의 순풍을 탈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산은 부산 이전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임을 내세우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선 처리 법안’으로 정한 뒤 당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산은법 개정의 마지막 관문을 여는 열쇠를 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산은 부산 이전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이 아니다. 작게는 지역민의 숙원인 균형발전의 초석을 닦는 일이고, 크게는 동남권 재도약을 통해 국가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는 일이다. 여야 없이 국회가 힘을 모아 앞장서야 하는 당위가 거기에 있다. 지금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번에 산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다음 국회에서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자칫 산은법 개정 자체가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책임은 현재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민주당에 물을 수밖에 없다. 책임을 묻는 방식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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