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더 치명적인 낙상, 근육통 계속 땐 척추 골절 의심을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낙상 사고로 인한 척추 손상]
환자 60% 60대 이상에 집중
고령층, 손상·합병증 더 주의
척추 손상 18.2%로 1위

척추 압박 골절, 신경 손상 가능
추간판 탈출증·척추 인대 염좌도
안전수칙 지키고 골밀도 높여야

해운대부민병원 오부광 척추센터장이 낙상으로 인한 척추 손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해운대부민병원 오부광 척추센터장이 낙상으로 인한 척추 손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운대부민병원 제공

낙상은 노인에게 더 흔하게 발생하고 더 심각한 손상을 유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낙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5만 1746명 가운데 80대 이상 21.7%, 70대 19.5%, 60대 17.4% 순으로 고령층에 환자가 집중됐다. 2016년 대비 환자 수 증가율 또한 80대 이상 183.5%, 70대 151.5%, 60대 203.9%로 전체 환자 수 증가율(140.9%)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겨울철은 빙판길이나 궂은 날씨, 부족한 조명 등으로 노인의 낙상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진다. 해운대부민병원 오부광 척추센터장은 "고령층은 균형 감각과 근력이 약해 낙상 사고에 더 취약하고, 낙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젊은층보다 더 심각한 손상을 입거나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척추뼈 눌러앉는 척추 압박 골절

질병관리청의 ‘2021 퇴원손상통계’에 따르면 전체 손상 입원 환자 중 추락·낙상 환자가 47.2%로 가장 많았고, 손상 발생 부위는 척추 손상이 18.2%로 1위를 기록했다. 척추 손상은 성별로 보면 여성(21.7%)이 남성(13.2%)보다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65~74세와 75세 이상에서 각각 21.8%, 26.0%로 다른 연령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척추 압박 골절은 대표적인 척추 손상이다. 척추뼈가 똑 부러진 것이 아니라 으스러져 납작하게 눌러앉은 증상으로, 골다공증이 있는 고령자, 특히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낙상 후 가벼운 통증이라고 여겼는데 지속적으로 근육통이 있다면 척추 압박 골절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 압박 골절은 통증, 허리 또는 등의 불편감 등 증상을 유발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적인 통증과 불편감이 지속될 수 있다. 척추 안정성이 감소해 자세가 변하거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척추가 압축돼 척수나 신경이 손상될 수 있으며, 이는 운동 기능의 손실이나 감각 이상을 초래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척추 압박 골절의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휴식, 통증 완화제 사용, 물리치료와 근력 강화 운동 등이 있다. 차도가 없을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내부 고정물을 사용해 골절 부위의 안정성을 회복시키거나 VP(Vertebroplasty) 시술처럼 골재건을 위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오부광 척추센터장은 "VP 시술은 압박 골절로 손상된 척추에 시멘트를 주입해 강화하는 치료법으로, 국소 마취로 비교적 간단히 진행돼 수술 시간이 짧고 회복 기간이 비교적 빠르다"면서 "다만, 이런 시술은 주로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되며, 골다공증과 같은 기저 질환 원인에 대한 대안은 될 수 없는 만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스크나 인대에 문제 생길 수도

낙상은 추간판 탈출증, 즉 디스크도 유발할 수 있다. 노화로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약해진 상태에서 가벼운 충격에도 디스크가 밀려나오는 원리다. 디스크가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 주로 허리, 엉덩이, 다리 등에서 방사통이 나타나고, 동작이 제한되거나 근력이 떨어진다. 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물리 치료나 항염증제 사용 등이 있고, 손상된 추간판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낙상의 충격으로 척추 주변 인대가 급격하게 늘어나거나 찢어지면 척추 인대 염좌가 발생한다. 주로 허리나 목 부근에 통증이 있고, 인대 손상과 근육 경련으로 부종이나 운동 제한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휴식이나 물리 치료, 압박 요법, 항염증제 등을 먼저 시행하고, 호전되지 않을 경우 손상된 인대를 되돌리거나 대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낙상 사고의 위험을 낮추려면 근본적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골밀도를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시력을 매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문지방의 턱을 없애거나 욕실에 미끄럼 방지 도구를 설치해 안전한 가정 환경을 만드는 등 일상생활의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 또 복용하고 있는 약 가운데 현기증을 일으키는 약이 있는지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해운대부민병원 오부광 척추센터장은 "겨울철 노약자는 안전한 보행을 위해 미끄럼 방지용 신발을 착용하고, 젖은 길이나 불규칙한 지면 등 보행 공간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필요한 경우 보행 보조 도구를 사용하는 등 낙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