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랑·출산까지 닮은꼴…고성군청 세 자매 이야기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스물아홉 세쌍둥이 장서은·서연·서진
고성군청 함께 근무하다 배우자 만나
1년 간격 결혼해 1년 터울로 엄마 돼

외모만큼 닮은 인생을 살아가는 세쌍둥이 자매. 앞줄은 오른쪽부터 첫째 장서은 씨, 둘째 서연 씨, 셋째 서진 씨. 뒷줄은 오른쪽부터 서은 씨의 남편 김영석 씨, 서연 씨의 남편 오규형 씨, 서진 씨의 남편 하태규 씨. 이들은 모두 고성군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고성군 제공 외모만큼 닮은 인생을 살아가는 세쌍둥이 자매. 앞줄은 오른쪽부터 첫째 장서은 씨, 둘째 서연 씨, 셋째 서진 씨. 뒷줄은 오른쪽부터 서은 씨의 남편 김영석 씨, 서연 씨의 남편 오규형 씨, 서진 씨의 남편 하태규 씨. 이들은 모두 고성군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고성군 제공

한날 태어나 한직장을 다니다 서로의 반쪽을 찾아 1년 간격으로 결혼해 1년 터울로 엄마가 됐다. 외모만큼이나 똑 닮은 인생을 살아가는 세쌍둥이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화제다.

주인공은 경남 고성군 소속 스물아홉 동갑내기 장서은·서연·서진 자매다. 창원에서 나고 자란 세 자매는 맞벌이하던 부모님이 이따금 고성에 사는 외할머니에게 육아 도움을 받으면서 고성과 인연을 맺었다. 학창 시절에도 방학이면 외할머니댁으로 와 사촌들과 뛰놀며 추억을 만들었다.

그렇게 쌓인 기억들은 고성을 제2의 고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경남도청 공무원이던 외삼촌을 보며 공직자 꿈을 키웠던 세 자매를 고성군에 지원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함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끝에 2015년 10월 둘째 서연 씨가 먼저 임용돼 하일면사무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1년 뒤 첫째 서은 씨가 영오면사무소, 셋째 서진 씨가 영현면사무소로 발령받으며 세 자매가 나란히 고성군 공무원이 됐다.

사랑도 닮은꼴이었다. 세 자매 모두 동료와 배우자 인연을 맺었다. 서은 씨와 서진 씨는 같은 날 임용된 김영석(38)·하태규(33) 씨와 동기 모임에서 자주 만나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서연 씨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오규형(37) 씨의 적극적인 구애에 연애를 시작했다.

대부분 사내커플이 그렇듯이 비밀연애를 하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서연 씨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멀리 부산 서면으로 나들이 간 적이 있다. 주변 눈치 안 보고 신나게 연말 분위기 즐기다 길 한복판에서 다른 동료와 딱 마주쳤다. 행여 들통날까,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그래도 지금은 웃으며 회상하는 추억이 됐다”고 했다.

서진 씨는 “당시 남편 상사가 외할머니와 같은 동네 주민이었는데 할머니가 연애 사실을 소문내는 바람에 많이 당황했다”고 했다.

이후 세 자매는 결혼도 정확히 1년 간격으로 했다. 첫째 서은 씨는 2019년 11월, 둘째 서연 씨는 2020년 11월, 셋째 서진 씨는 2021년 11월 가정을 꾸렸다.

고성군청 동료 공무원과 1년 간격으로 결혼한 세 자매. 왼쪽부터 첫째, 둘째, 셋째 내외. 고성군 제공 고성군청 동료 공무원과 1년 간격으로 결혼한 세 자매. 왼쪽부터 첫째, 둘째, 셋째 내외. 고성군 제공

출산도 마찬가지. 세 자매는 1년 터울로 엄마가 됐다. 2022년 3월 서은 씨가 첫딸을 순산했다. 이어 이듬해 9월 서진 씨 가정에서 건강한 아들이 탄생했다. 서연 씨는 오는 9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출생부터 일과 사랑 그리고 출산까지 빼닮았지만 모든 게 같은 건 아니다. 세 자매는 “세쌍둥이라고 텔레파시가 통하거나, 한 명 아플 때 다 같이 아픈 건 아니다. 식성도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남편들 역시 “간혹 ‘아내가 세쌍둥이라서 헷갈리는 경우가 있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헷갈리면 큰일난다. 뒷모습만 봐도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웃었다.

고성군은 인구 5만 명이 채 안 되는 인구 소멸 위기 지역이다. 세 자매의 남다른 인연은 지역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세쌍둥이가 함께 근무하는 것도 흔치 않은데,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한 아이의 부모가 돼 인구 증가에도 기여하니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함께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