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신문 기자로 출발해 지천명에 찾은 건축사의 꿈 [인터뷰]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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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정 심즈건축사사무소 대표
23년간 부산시건축사회서 근무
건축사 매력 느껴 3년 전 시험 합격
“당장 꿈이 없다고 불안할 필요 없어
좋아하는 일 하다 보면 꿈 찾기도 해”

심은정 대표가 심즈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부산 남구 대연동 사무실에서 건축사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은정 대표가 심즈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부산 남구 대연동 사무실에서 건축사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40을 훌쩍 넘긴 나이에 ‘건축사’ 자격증을 땄다. 50세를 목전에 두고 독립해서 건축사사무소 문을 열었다. “둘러 둘러 꿈에 닿았다”는 심은정 심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그의 말대로 독특한 전력을 가졌다.

심 대표의 대학 전공은 뜻밖에도 물리학이다. “고교 때부터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문예부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에도 재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학보사 활동을 했습니다.”

학보사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가슴 떨림은 기자를 꿈꾸게 했다. “첫 외부 취재가 병원 노조 파업이었어요. 전경을 피해 병원 계단을 오르는데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격한 감정이 느껴지는 거예요. 대학 4학년 때부터 일간지 기자를 꿈꾸며 언론고시를 준비했습니다. 합격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당시 대학 취업정보센터에서 부산시건축사회에서 신문을 만든다며 추천해 주셨어요. 그때부터 16년간 건축사신문 기자로 일했습니다.”

불혹을 맞이할 즈음, 시건축사회에서 사무국장 자리를 제안했다. 기자로서 ‘바라는 일’을 썼다면 행정으로 ‘집행하는 일’을 해 보자는 생각에 자리를 옮겼다. “사무국 행정은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좋은 시간이었지만 가슴이 떨리지는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건축 잡지에서 평소 좋아하던 안용대 건축사의 글을 봤어요. 왜 한 번도 직접 건축해 보겠다는 생각을 못 했지 하는 마음이 탁 들더라고요.”

그래서 건축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심 대표는 건축사회 근무 경력으로 건축사 자격시험에 도전할 수 있었다. “과목별 합격제라 1회에 한 과목씩 합격하자는 목표로 주말도 없이 공부했어요. 전공이 아니라 힘들었지만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죠.”

2020년 말 합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곧바로 현장에 뛰어들지는 못했다. “1년간 건축사회 일을 더 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50살 전에 시작하지 않으면 집도 하나 제대로 못 지어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건축사로서 발을 딛게 한 것은 주변 사람 덕이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23년간 건축사회에서 쌓은 인연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사람이 힘’이라는 말을 깨달았습니다. 또 건축 관련 법도 많고 땅마다 상황이 다르고 건축주 요구도 다 다르다는 것도 용기를 내게 했어요. 경력과 연륜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지만 같은 상황이 없으니 해 보자 싶었죠.”

심 대표가 진행한 초장중학교 도서관 학교 공간 재구조화사업. 책컴·친컴·혼컴을 주제로 책·친구·자신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몄다. 심 대표가 진행한 초장중학교 도서관 학교 공간 재구조화사업. 책컴·친컴·혼컴을 주제로 책·친구·자신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몄다.

심 대표는 그간 걸어왔던 길이 건축사로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취재했던 경력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게 두렵지 않아요. 또 신문 헤드라인처럼 제안서에 제목을 달아요. 콘셉트를 짧게 잘 표현하니까 반응이 좋더라고요.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사무국장 시절 습득한 ‘잘 듣기’인 것 같아요. 건축은 많이 듣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건축주와 사용자의 요구, 땅이 가지고 있는 상황, 공사자의 입장 등을 잘 듣고 잘 정리해서 잘 반영하는 데 ‘잘 듣기’가 크게 작용합니다.”

건축사의 꿈을 이룬 지금, 앞으로의 꿈은 ‘주택 전문 건축사’다. “우리 삶을 오롯이 담아내는 공간이 주택이잖아요.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조금 더 쌓이면 주택을 잘 짓는 건축사가 되고 싶어요.”

심 대표는 꿈을 놓치지 않고 이뤄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을 남겼다. “우리 사회 시스템이 고등학교 때부터 꿈을 정해 놓고 스펙을 쌓아야 하잖아요. 저희 아이들도 꿈을 정하지 못해서 친구들보다 뒤처진 느낌이라고 하거든요. 그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 ‘엄마 봐봐’입니다. 당장 꿈이 없다고 불안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하나 하다 보면 진짜 꿈에 다가갈 수 있더라고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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