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친명·친문 공천 충돌… PK도 계파 갈등 긴장 고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친명, 친문 지역구 앞다퉈 '자객 출마'
임종석 등 문 정부 인사에 불출마 압박
이재명, 친문 축출 움직임 사실상 용인
부산 해운대을·사하을 신경전 잇달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저지대책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회의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관권선거저지대책위원회가 28일 국회에서 회의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가 4·10 총선 공천을 두고 정면충돌 양상이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친명 인사들이 친문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앞다퉈 이른바 ‘자객 출마’하면서 갈등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의 본산으로 중앙발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 비껴서 있던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 전선은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수도권이 주 무대다. 친명 출마자는 대체로 초선 비례대표이거나 원외 인사들이고, 친문 출마자는 대부분 지역구 현역 의원이다. 친명 초선 비례인 이동주·양이원영·이수진 의원은 각각 친문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양기대(초선·경기 광명을),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의원에 도전장을 냈다.

친명 도전자들은 친문 현역들을 겨냥해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 “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 등 이들 현역들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다소 비판적인 부분을 문제 삼으며 친명 색깔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양 전 상임위원은 전 의원을 ‘수박’으로 지칭하는 등 노골적인 언사로 당의 징계를 받았고, 김 상임대표는 강원도당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서울 은평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검증위는 두 사람에 대해서도 출마 적격 판단을 내렸다. 비명계는 검증 잣대가 친명에 기울었다고 반발한다. 심지어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은 당초 같은 친명인 이수진 의원 지역구(서울 동작을)를 선택해 검증위를 통과했으나 이후 출마 지역을 친문 3선 도종환 의원의 청주 흥덕으로 바꿔 뒷말을 낳았다.

친명계는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 강도도 높이고 있다.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의 퇴진을,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 등은 임 전 실장과 그 후임인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총선 불출마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총선을 통해 당을 완전히 친명 단일체제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 전 실장은 전날 SNS에 “총선에 빨간 불이 들어와 깜박거리고 있다”며 “우리는 민주당이다. 친문도 없고, 친명도 없다”는 글을 올려 친명계의 행태에 유감을 드러냈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자객 공천은 언어도단이다. 공정하게 경쟁을 붙이는 것”이라며 친명계의 친문 축출 움직임을 용인하는 태도다. 심지어 민주당을 탈당해 문재인 정부 ‘저격’에 앞장섰던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을 직접 요청하는 등 친문계의 반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다. 한 친문계 인사는 “이언주 복당 요청은 친문계 입장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PK 민주당의 경우, 친노·친문의 뿌리가 워낙 깊어 친명 원외의 부상에도 갈등의 표면화를 자제해왔지만, 공천 국면이 다가오면서 유사한 신경전이 빚어지고 있다. 윤준호 전 의원이 본선 진출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던 해운대을에 최근 이 대표의 측근인 윤용조 전 부국장이 갑자기 도전장을 던졌고, 친문이 오랫동안 출마를 설득해 나선 김태석 전 구청장의 사하을은 당 지도부가 2호 인재로 영입한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출마를 강행하면서 계파 대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부 원외 출마자 간 경쟁 지역에서도 친문, 친명이 지지 후보를 나눠 세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현재의 계파 각축전은 총선 후 8월에 있을 당권 경쟁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며 “공관위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 파열음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