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 출신만 농해수비서관 전담… ‘찬밥 신세’ 해양수산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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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비서관 왜 필요한가

전·현 정부 농해수비서관 4명
규모 큰 농림 분야 인사가 맡아
해수 현안 대처 전문성 떨어져
시민단체 “대통령 공약 실현을”

2022년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찾아 ‘신해양강국의 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22년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찾아 ‘신해양강국의 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윤석열 대통령이 출범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부터 대통령실 개편에 들어갔다. 기존 수석비서관 5명을 모두 교체하고 정책실장과 과학기술수석 자리를 신설했다. 실장 또는 수석비서관 아래 3~6명의 비서관도 일부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참모진 2기 체제에도 해양수산부 전담 비서관은 보이지 않는다. 주요 경제 부처 중 해양수산부 출신만 여전히 비서관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신해양강국’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해양수산 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만 ‘농해수’ 실상은 ‘농림’

현재 대통령실은 경제수석 아래 과학기술, 국토교통, 경제금융, 산업정책, 중소벤처, 농해수 등 6개 비서관을 두고 있다. 주요 경제 부처 7곳 중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수부만 농해수비서관이 함께 업무를 관장하고 나머지는 각자 담당 비서관이 존재한다.

문제는 농해수비서관도 사실상 농림 분야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농해수비서관 체제가 생긴 뒤로 비서관을 맡았던 4명 모두 농림 분야 인사다. 2022년 11월 임명된 박범수 농해수비서관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였다. 농해수비서관 전신인 농어업비서관도 정치권 인사가 줄곧 맡는 등 해수부는 외면당했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농림이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형님뻘’은 맞지만 산업 자체가 안정돼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해양수산은 매년 외부 현안에 따라 급성장, 침체를 반복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별도 비서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양, 항만의 경우 탈탄소, 디지털화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며 급변하고 있다.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 등도 중동 전쟁이나 기후변화 리스크에 수시로 노출된다. 최근 수에즈 운하와 연결된 홍해에서 서방과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 간 군사 충돌이 일어나며, 해상운임이 한 달 만에 20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김영삼·박근혜 정부만 ‘반짝’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은 앞서 1996년 8월 김영삼 정부가 해수부를 신설하며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청와대는 농림해양수석비서관(차관급) 아래 농림비서관과 해양수산비서관을 따로 뒀다. 해양수산비서관은 해수부는 물론 해양수산업계가 청와대에 정책 의제를 직접 알리는 창구 역할을 했다.

이후 해양수산비서관은 장기간 자취를 감춘다. 김대중 정부 때 수석비서관이 없어지고 농림해양비서관이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2개 부처를 함께 맡았다. 이어 노무현 정부도 ‘바다를 잘 아는 대통령이 직접 해양수산 분야를 챙길 것’이라는 이유로 해양수산비서관을 따로 두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급기야 해수부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쪼개졌고, 비서관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해양수산비서관이 부활한 건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다. 당시 해수부는 복원됐지만 전담 비서관은 두지 않아 ‘해수부 홀대론’이 불거졌다. 부산 등 지역사회의 줄기찬 요구에 정부 출범 2개월 만에 전담 비서관이 복원됐다.

그러나 어렵게 살아난 전담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또다시 사라지고 만다. 경제수석비서관 아래 농어업비서관을 두며 농림과 해양수산을 함께 맡긴 것이다. 해양수산업계의 반발이 들끓었지만 결국 비서관 폐지를 막지 못했다.

■“윤 정부, 신해양강국 약속 지켜야”

최근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한국해운협회, 부산항발전협의회 등 해양수산 분야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의 ‘신해양강국 건설’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비서관을 신설해 정책을 통합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담 비서관이 450만 해양수산인 현장 목소리를 대변해 대통령실에 공유함으로써 해양수산 정책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체들은 2년 전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해양수산전략비서관 설치 등의 공약화를 제안했고, 실현 약속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합참의장을 지낸 최윤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은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99.7%가 해상 운송에 의지하고, 해양 안보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통수권자가 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대처할 채널이 사실상 없다”면서 “해양수산비서관이 하루빨리 복원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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