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성명에 고발 엄포… 영화의전당 vs 시민단체 ‘일촉즉발’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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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 영전 대표 연임 두고
시민단체 “물러나라” 성명
영전도 “명예훼손” 고발 방침
갈등 커지자 영화계도 한숨
“영화도시 부산 이미지 추락”

영화의전당 모습. 부산일보DB 영화의전당 모습. 부산일보DB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에 반발하는 시민단체와 영화의전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대표 연임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영화의전당 측은 법적 대응이라는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지역 영화계에서는 ‘BIFF 사태’에 이어 또 한 번 ‘영화도시 부산’의 이미지 추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29일 영화의전당에 따르면 영화의전당은 최근 자문 변호사와 면담을 갖고 시민단체 1곳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방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진행했다. 시민단체 ‘부산영화인시민 모임’이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문에 김진해 영화의전당 대표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영화의전당 측의 주장이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영화인과 시민이 모여 만든 단체인 ‘부산영화인시민 모임’은 앞서 “김 대표의 경영 능력과 자질이 의심된다”며 “김 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영화의전당은 지난 19일 성명서에 대한 반박 자료를 낸 후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법률 조언을 받아 본 결과 김 대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영화의전당에 대한 명예훼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법적 절차를 바로 밟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아직 고발하지는 않았다. 해당 단체가 반복적으로 명예를 훼손할 경우 즉각 법적 조치에 나설 것”라고 말했다.

영화의전당 측이 지적한 허위 사실은 경영평가에 대한 문제 제기다. 해당 단체는 성명문에서 “2020년 경영평가에서 ‘가’ 등급을 받았던 영화의전당이 2021년, 2022년에 ‘다’ 등급을 받아 김 대표 취임 이후 경영실적이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화의전당 측은 “2021년 경영평가는 김 대표 취임 전의 실적을 평가해 김 대표와는 무관한데도 김 대표가 경영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표현했다”며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기에 법적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반박했다.

또 시민단체는 성명문에서 “2023년에는 재물관리 부분에서 실제와 장부가 37억 원이나 차이 나는 문제, 비전의 부재 등이 지적됐지만 영화의전당은 이런 문제들은 생략한 채 경영 공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화의전당 측은 “37억 원이라는 금액 차이가 발생한 것은 김 대표 경영 시기와 무관하다”고 받아쳤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인 영화의전당 측이 시민단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시민단체도 재반박 자료를 내고 맞대응을 준비하는 등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시민단체 측은 “경영평가 보고서 상에는 실적 평가 기간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아 일부 혼란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번 문제 제기는 2020년 ‘가’ 등급에서 ‘다’ 등급으로 경영평가 실적이 후퇴한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며 “37억 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경영평가보고서에서 지적된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전임 대표 임기 중 발생한 사안이냐 아니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지적 사항들이 제대로 해결됐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시민에게 허위 사실 명예훼손으로 엄포를 놓고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면서 “부산문화회관 대표의 경우는 이번 경영평가 ‘나’ 등급을 받고도 연임되지 않았지만 영화의전당은 ‘다’ 등급을 받고도 연임됐는데 부산시는 어떤 기준과 근거인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지역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의 ‘강 대 강’ 대치 양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BIFF 문제가 불거져 ‘영화도시 부산’의 이미지가 많이 망가졌는데 또 다른 갈등이 생길까 두렵다”며 “BIFF 사태도 최근 봉합 수순으로 가고 있는데, 영화의전당에서도 수용할 비판은 수용하고 시민단체와 만남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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