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임플란트도 자연치보다는 못해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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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아 살리는 치근단 절제술

치아 뿌리 잘라내 세균 염증 제거
치근단 절제술로 원래 치아 살려
인공뼈 이식해 치조골 보충할 수도
신경손상, 감염 리스크 없어 장점
무조건 뽑고 임플란트 시술 자제를

임플란트 시술을 아무리 잘 해도 자연치아만큼 좋을 수는 없다. 치근단 절제술은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부산예치과 이정구 원장이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부산예치과 제공 임플란트 시술을 아무리 잘 해도 자연치아만큼 좋을 수는 없다. 치근단 절제술은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부산예치과 이정구 원장이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부산예치과 제공

치아가 썩으면 신경치료를 받고, 그것이 안 되면 발치 후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는다. 신경치료도 시도하지 않고 무턱대고 발치를 하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강행하는 것은 올바른 치료가 아니다.

50대 주부 L 씨는 치아 뿌리의 염증으로 잇몸과 입술이 퉁퉁 붓고 고름이 줄줄 새는 ‘급성 치근단 농양’으로 밤잠을 설쳤다. 다음 날 아침 집 근처 치과를 찾았는데 발치를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치아를 빼지 않고 살리고 싶어서 수소문 끝에 자연치아 보존치료를 하는 치과를 소개받았다.

첫날은 무통 마취 후에 신경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잘 잤다. 한 차례 더 신경치료를 받은 후에 잇몸과 입술의 부기가 빠졌다. 세 번의 신경치료를 받은 후에 치아를 뽑지 않고 ‘치근단 절제술’로 원래 치아를 살렸고, 지금은 앞니 보철까지 마무리해서 잘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자연치아 보존이 제 1원칙

치아의 신경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해서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기면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신경치료를 마무리한 후에도 치아 뿌리 끝에 염증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고, 또 신경치료가 마무리됐다 해도 세월이 지나 염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남아 있는 염증 조직을 치아 뿌리와 함께 잘라내는데 이것을 치근단 절제술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신경치료에 실패하면 치아를 뽑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치근단 절제술을 선택하면 치아를 뽑지 않고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치근단 절제술은 잇몸을 절개하고 치아 뿌리 끝을 2~3mm정도 잘라낸 뒤, 세균과 염증을 없앤 다음 충전재를 넣어주는 시술이다. 치아 내부는 매우 복잡한 구조인데다 신경관도 매우 가늘지만 미세현미경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성공적으로 시술할 수 있다.

부산예치과 이정구 원장은 “이렇게까지 해서 자연치아를 꼭 살려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공치아와 달리 자연치아는 치주인대가 있어 음식을 씹는 저작력이 좋고 충격에 강하다”며 “아무리 좋은 임플란트도 자연치아만큼 좋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치근단 절제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신경치료로 염증이 남아 통증이 계속되거나 △신경관의 형태가 비정상적이거나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 뿌리가 깨어졌을 때 △임플란트를 권유 받을 정도로 충치가 심한 환자 등이다.

■인공뼈 이식, 레이저 잇몸치료

L 씨의 경우 치아 뿌리의 염증으로 잇몸뼈 흡수가 많이 일어나서 치조골 이식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래서 치근단 절제술과 동시에 인공뼈 이식을 같이 했다.

항상 인공뼈 이식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뿌리 끝의 염증 부위가 작거나 만성으로 더 커지지 않는 경우엔 치근단 절제술만 하고 별도의 뼈이식이 필요 없다.

염증이 오래되고 심해서 뼈가 많이 녹은 경우는 자가골 생성이 오래 걸리고 그 사이에 염증이 재발할 수 있다. 그래서 인공뼈 이식을 병행해서 치조골을 채우면 재발 확률이 줄고 잇몸뼈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치근단 절제술 후에 보철치료를 같이 해주는 것이 좋다. 신경치료를 한 치아는 영양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치아 변색이 오고 치질이 약해져서 이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기간은 잇몸 회복 정도에 따라서 3~4주 정도 걸릴 수 있다.

잇몸 염증 제거는 레이저 치료가 효과적이다. 치아 주위에 염증이 생겨서 급성으로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경우에는 물방울 레이저로 간단하게 잇몸 치료를 하면 해결된다.

물방울 레이저를 활용하면 출혈이나 통증이 거의 없으며 마취가 필요 없다. 만성 잇몸병으로 잇몸이 부은 채로 세포증식이 일어나서 잇몸이 고르지 못할 때도 레이저 시술로 잇몸 성형과 염증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임플란트가 최선은 아니다

L 씨가 치근단 절제술을 하지 않았다면 앞니를 뽑고 힘들게 임플란트 시술을 받거나, 아니면 옆 치아를 삭제하고 브리지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임플란트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임플란트가 평생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 치아를 최대한 살려 쓰다가 마지막에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임플란트 수명은 보통 10년 안팎이다. 그러나 임플란트는 관리를 잘하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산 임플란트가 보편화되면서 10년 넘게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80%정도 된다고 한다. 시술을 잘 하고 관리까지 잘 하면 20~30년까지 임플란트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임플란트 시술은 잇몸의 상부 하부에 구조물을 심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따른다. 심거나 심은 후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임플란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시간적,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힘든 임플란트 시술을 10년마다 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자신의 치아를 고쳐서 쓰는 것이 좋다. 자연치아는 신경손상과 감염 우려가 없으며 구강 관리가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이정구 원장은 “치아 발치를 너무 쉽게 결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임플란트도 수명이 있어 다시 임플란트를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보다는 치근단 절제술처럼 원래 치아를 최대한 살려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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