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회적 가치 실현 고민… 부산 미술계 변화 이끌어내야”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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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락 부산미술협회 신임 이사장

회화·조각 아닌 첫 디자인 분과 출신
국내 최초 미술 단체 ‘부산미협’
2년 후 80주년 맞아 백서 준비

“지금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작가를 알아주고, 작품을 알아주는, 시대는 아닙니다. 국가가 알아서 챙겨 줄 거라고 하는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부산 미술인들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함께 고민하여 부산 미술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입니다.”

지난 25일 부산예술회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사)부산미술협회(이하 부산미협) 제91차 정기총회에서 제32대 이사장에 취임한 최장락(65·부산국제디자인제 운영위원장)의 일성이다. 최 신임 이사장 임기는 오는 2월 1일부터 4년이다.

최 신임 이사장은 지난달 치러진 부산미협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아주 큰 표차로 이기고 당선됐다. 오는 2026년이면 80주년을 맞는 부산미협 역사상 회화나 조각 분과가 아닌 디자인 파트에서 이사장을 배출한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더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2150여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하는 부산미협 12개 분과에서 디자인은 소위 비주류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당선된 것은 시대 흐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산 미술인의 날’ 제정 등 부산미협의 발전과 회원 복지, 공정 실행을 중요한 키워드로 꼽고 있습니다.”

당장 최 신임 이사장은 미래 사업으로 시각예술 분야 대형 전시 공간 확보 추진을 위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부산미술대전 전시만 하더라도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부산시청 전시실 등 세 군데로 나뉘어 있어 선택과 집중이 안 됩니다. 대구나 광주는 협회 자체 미술관이 있는데 우리는 전용 공간이 없다는 것도 안타깝습니다.”

부산미협이 갖고 있는 공적인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최 신임 이사장은 강조했다. “미술인들이 자기 욕구만 챙기는 게 아니라 공적인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건축물 미술작품(1% 공공미술) 제도 등 공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100% 공개를 천명했다. 이달 초 최 신임 이사장은 부산미협 전 회원에게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서 오는 9월 준공 예정인 동래구 신청사에 설치할 미술작품(회화) 4점을 공모로 선정한다는 소식을 직접 링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부산미협 회원들의 위상 강화 지원 사업으로는 △부산미협 아트페어 활성화 △청년작가 입회 무료 연령 상향 △부산미술제 출품료 인하 △부산미술대전 수준 향상을 위한 심사 기준과 제도 연구 혁신 △공정한 심사제도 개선으로 부산미술대전 위상 강화(초대작가 지원) 등을 제안했다.

최 신임 이사장은 “현재 부산에서 ‘아트부산’이나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 같은 대형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지만, 사실 부산 작가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면서 “그에 비해 ‘부산미협 아트페어’는 저렴한 비용으로 부산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어 이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작가 입회 무료 연령도 현재는 35세까지인데 45세까지 높이려고 한다. “현재 부산미협 평균 나이는 60세에 가깝습니다. 청년 작가 입회 없이는 도태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 문제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은 부산미협 80주년도 알차게 준비해 부산미술의 역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미협은 서울보다 빠른, 대한민국 최초의 미술 단체인 1946년 3월 부산미술가동맹을 결성하면서 출발했습니다. 부산미술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80주년 백서 편찬과 회원 인명사전 디지털화 등 아카이빙 사업을 통해 미술인들 중지를 모으는 작업도 하려고 합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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