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벌써 3000억… 상반기 5조 넘길 듯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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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반토막'에 투자자 원성
‘골프 접대’ 모럴해저드 논란도
금감원, 12개 금융사 현장 검사
이복현 “금소법 준수 여부 점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올 들어 벌써 3000억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특히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에 대한 청산 명령으로 홍콩H지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올해 상반기 원금 손실액은 5조~6조 원대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가운데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A은행에서는 관련 상품 선정 업무를 맡은 직원이 다수의 증권사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만기 손실액은 지난 26일까지 3121억 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만기 손실률은 53% 수준으로 원금이 반토막 났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 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100대까지 내렸다. 지난 2022년 10월 말에는 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 구조적 문제로 H지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날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인 개발 업체 헝다그룹이 청산 명령을 받으며 H지수는 추가 하락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H지수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9.8%인 15조 4000억 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1분기(1~3월) 3조 9000억 원, 2분기(4~6월) 6조 3000억 원 등 상반기에만 절반을 웃도는 10조 2000억 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막대한 원금 손실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가운데 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A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은행 본점에서 ELS 상품을 선정하는 실무 업무를 맡고 있는 B 씨가 지난해 6월 ‘청렴 유지 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ELS 상품구조 결정 및 증권사 선정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였던 B 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수의 증권사로부터 최소 15회 정도의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은행의 ELS 판매 잔액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인 8조 원 수준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홍콩 ELS 상품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주요 판매처인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에 나선 상태다. 불완전 판매가 드러난다면 은행들은 고객 손실의 일부를 배상해야 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전체 회의에 참석해 “2019년 이후에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이나 영업규준, 다양한 모범규준을 운영해 왔는데, 이번 (홍콩 ELS) 검사를 통해 제대로 지켜졌는지 보겠다”며 “상품 유형별 구분, 유형에 따른 적절한 판매경로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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