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빵 진료에 신축 이전도 못 해… 진퇴양난 통영적십자병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통영·거제·고성 유일 공공의료기관
연봉 3억, 사택 제공 파격 조건에도
신경과 의사 없어 8개월 넘게 휴진
신축 이전도 부지 선정 문제로 답보
복지부 2억 5000만 원 환수 날벼락

통영과 거제, 고성 3개 시군을 아우르는 거점공공의료기관인 통영적십자병원. 통영과 거제, 고성 3개 시군을 아우르는 거점공공의료기관인 통영적십자병원.

경남 통영과 거제, 고성 3개 시군을 아우르는 거점의료기관인 통영적십자병원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의료인력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의료 공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 어렵게 잡은 신축 이전 기회마저 부지 선정 문제에 발목이 잡힐 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서 정부에서 지원받은 코로나19 손실 지원금 중 수억 원을 토해 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공공의료 환경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통영시 등에 따르면 통영적십자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에서 파견한 교수 2명을 통해 주 1회씩, 월 2~4회 신경과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 대부분이 고령자로 치매나 만성통증 진단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신경과는 필수다. 그런데 작년 3월 신경과를 보던 공중보건의가 소집 해제된 이후 8개월 넘게 휴진했다.

연봉 3억 100만 원에 주말 추가 수당 그리고 사택까지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에도 지원자가 없었던 탓이다. 경상국립대병원 도움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넘쳐나는 환자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 계획한 신축 이전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고 있다. 이는 통영·고성·거제 지역을 ‘중진료권’으로 묶어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통영적십자병원은 300병상, 16개 과, 간호등급 3등급, 직원 수 500~600명 수준으로 규모가 커진다. 여기에 심뇌혈관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분만센터를 비롯해 호스피스 병동과 정신질환센터, 소아병동 등 필수 의료시설도 갖춘다.

통영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보건복지부가 25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건축비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부지를 놓고 통영시와 병원 간 이견이 크다. 통영시는 충렬사 뒤편 5만 7000㎡를 제시했다. 경남도교육청 소유라 행정협의만 되면 당장 사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원도심 활성화 측면에서도 적절하다는 게 통영시 판단이다.

반면 병원 측은 주택가를 지나야 하는 산비탈이라 진입로 확보가 어려운 데다, 지역민이 이용하기에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난색이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은 수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이 와중에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지원금 2억 5000만 원 환수를 통보했다. 병원은 앞서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손실 보상금으로 30억 8900만 원을 받았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감염병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발생한 운영 손실에 대한 보전금 명목이었다. 당시 복지부는 당장 정확한 손실 규모를 계산하기 어려운 만큼 예상치를 먼저 지급하고, 추후 정산을 통해 덜 지급한 곳은 더 주고, 과다 지급된 곳은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지역 유일 공공병원으로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는 현실에 환수 조치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억 7200만 원 흑자를 냈던 통영적십자병원은 팬데믹을 거치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지난해 3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병상 가동률도 52%로 코로나19 이전인 72%보다 더 낮아졌다.

조영철 통영적십자병원장은 “코로나 환자를 수용했던 병원이라 내원을 꺼리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적자가 더 심해졌다”면서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라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상은 당장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병원 측은 이의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공병원 역할과 재정 상황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기준을 달리 적용할 순 없다”며 “월별이나 분기처럼 분납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