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국·선수 각인… 현정화도 33년 만에 실물 영접 [탁구도시 부산]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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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승 트로피 얽힌 사연

남녀우승팀·개최국 전달 총 3개
첫 대회·비유럽 개최 기념 등 탄생
2차 세계대전 도중 분실 수난도

시상식 수여 뒤 연맹 본부서 관리
BNK 금고에 한 달간 귀한 대접

지난 16일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 추첨식 현장에서 공개된 남자 단체전 우승 트로피인 ‘스웨들링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6일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 추첨식 현장에서 공개된 남자 단체전 우승 트로피인 ‘스웨들링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6일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 추첨식 현장에서 공개된 여자 단체전 우승 트로피인 ‘코르비용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6일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 추첨식 현장에서 공개된 여자 단체전 우승 트로피인 ‘코르비용컵’. 정종회 기자 jjh@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 추첨식이 지난 16일 오후 부산진구 부산e-스포츠경기장에서 열려 현정화 감독이 코르비용컵(왼쪽)과 스웨들링컵 사이에서 추첨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 추첨식이 지난 16일 오후 부산진구 부산e-스포츠경기장에서 열려 현정화 감독이 코르비용컵(왼쪽)과 스웨들링컵 사이에서 추첨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926년 런던에서 처음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100년 가까운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얘깃거리를 지녔다. 특히 우승컵에 얽힌 사연은 탁구 못지않게 흥미롭다.

짝수해는 단체전, 홀수해는 개인전이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단체전 대회인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과 관련된 트로피는 총 3개다. 남자 우승팀에 수여하는 ‘스웨들링컵’(Swaythling Cup), 여자팀 우승트로피인 ‘코르비용컵’(Corbillon Cup), 그리고 개최국(개인전 포함)에 건네는 ‘이집트컵’(Egypt Cup)이다.

높이만 90cm에 달하는 스웨들링컵은 제1회 대회 때부터 선보여 9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국제탁구연맹(ITTF) 초대 회장인 이보 몬태규의 모친 스웨들링 여사가 첫 대회를 기념해 기증하면서 스웨들링컵이란 이름이 붙었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먼저 시상된 단체전 우승컵이란 상징성 덕분에 더욱 진귀한 트로피다.

올해로 ‘구순’을 맞은 코르비용컵은 1934년 파리세계선수권대회(1933년 12월 개최)부터 여자단체전 종목이 생기면서 탄생했다. 당시 프랑스탁구협회를 이끌던 마르셀 코르비용 회장이 우승컵을 제작해 기증했다. 코르비용컵은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베를린에서 분실되는 등 수난을 맞기도 했다. 독일 여자팀은 1939년 이집트 카이로 대회 때 우승을 차지하며 코르비용컵을 보관 중이었다. 지금의 트로피는 1949년 다시 제작됐고, 독일이 비용을 전액 지불했다.

‘이집트컵’은 개최국을 위한 트로피다. 제1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1939년 이집트 카이로) 사상 첫 비유럽 개최를 기념해 이집트 국왕이 트로피를 만들어 ITTF에 기증했다. 세계탁구선수권의 영광과 우정을 담은 이 트로피는 대회 마지막 날 다음 개최국 대표에게 전달한다.

이 세 트로피는 지난 16일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 추첨식에 맞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곧장 조 추첨식 현장인 부산진구 부산e스포츠경기장으로 옮겨졌고, 이 중 스웨들링컵·코르비용컵이 공개됐다. 스웨들링컵과 코르비용컵에는 우승국과 코치·선수 이름, 이집트컵에는 개최도시 이름이 트로피 하단에 새겨져 있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팀에게 수여될 코르비용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팀에게 수여될 코르비용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여자 단체전 우승 트로피인 코르비용컵에 새겨진 1991년 남북단일 우승팀 ‘코리아’와 ‘조남풍·이유성’(코치), ‘이분희·현정화·유순복·홍차옥’(선수) 이름.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여자 단체전 우승 트로피인 코르비용컵에 새겨진 1991년 남북단일 우승팀 ‘코리아’와 ‘조남풍·이유성’(코치), ‘이분희·현정화·유순복·홍차옥’(선수) 이름.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원래 우승컵은 다음 대회가 열릴 때까지 직전 대회 우승국에서, 이집트컵도 개최국에서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역사가 쌓일수록 분실·파손 등 보관에 대한 부담이 커져 대회 기간에만 잠깐 공개할 뿐, 싱가포르에 있는 ITTF 본부에서 트로피를 관리하고 있다. 이번 트로피도 직전 대회 남여 우승팀인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부산으로 건너왔다.

이들 트로피는 개막 직전 들여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부산 대회의 경우 조 추첨식이 D-31에 열리면서 오랫동안 부산에 머물게 됐다. 트로피가 한 달 일찍 개최국에 건너오는 건 이례적이어서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는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프리젠팅 파트너사인 BNK부산은행의 한 금고에서 비밀리에 보관 중이다.

한편, 지난 조 추첨식 현장에서는 추첨자로 나선 ‘한국탁구 레전드’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과 트로피의 인연이 눈길을 끌었다. 코르비용컵에 새겨진 1991년 우승팀 ‘코리아(KOREA)’와 자신의 이름을 30여 년 만에 처음 실물로 확인한 것이다. 현 감독은 1991년 일본 지바 대회 때 홍차옥·리분희·유순복 등과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트로피의 우승국·선수 이름은 싱가포르 본부에 돌아가 새기기 때문에 정작 주인공조차 실물로 보기란 쉽지 않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관계자는 “오랜 역사와 흥미로운 사연을 지닌 진귀한 트로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이번 부산 대회와 맞물려 가능한 한 많은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안전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설명했다.

스웨들링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스웨들링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코르비용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코르비용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이집트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이집트컵.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제공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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