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줄 서는 베트남 유학생… 발목 잡는 비자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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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학·현지 학생 모두 적극적
하노이 유학원엔 ‘부산 클래스’
동의과학대 하노이서 유치 활동
현지 학생 수백 명 몰려들어 성황
타지보다 비자 발급률 떨어져
비자 발급 수월한 수도권으로

지난 25일 베트남 다이남대에서 동의과학대 주최 학과 설명회와 ‘한-베 교류행사’가 열렸다. 지난 25일 베트남 다이남대에서 동의과학대 주최 학과 설명회와 ‘한-베 교류행사’가 열렸다.

“한국에서도 관광으로 유명한 부산에서 공부해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호텔 관광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 JPSC유학원에서 만난 응원 수안 록(24) 씨는 올해 부산 유학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 다낭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한국과 베트남을 연계한 호텔 관광 상품을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다.

하노이 YT유학원에서는 학생들이 한국어 문법 공부에 빠져 있었다. 부산지역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한 달에 150명 넘게 몰려드는 곳이다. 10평 남짓한 강의실에는 초록색 학원 티셔츠를 입은 학생 10명이 칠판을 보며 “입다, 입었다”를 말하고 쓰길 반복했다. YT유학원 관계자는 “부산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보다 관광객이 많고, 현지 적응이 쉬워 졸업 후 취직하려는 학생들 관심이 높다”며 “부산은 어학연수 단계인 유학생 비자부터 쉽게 발급되지 않아 대학 연계가 어려운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염두에 둔 베트남 학생들의 한국 유학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노이 유학원에는 부산으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이 늘어 ‘부산 클래스’도 생겼다. 지역 산업과 연계된 부산 전문대학도 현지 관심에 힘입어 유학생 유치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유학생 비자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법무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의과학대학교는 지난 23~28일 6일간 베트남 대학 3곳과 유학원 3곳을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지 학생 모집과 교류, 유학생 유치가 골자다. 지역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현지 대학과 유학원 등 20개 기관을 한자리에 모아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현지 교육기관 연계를 위해 적극 행보에 나선 셈이다.

베트남 학생들의 한국 유학 관심은 뜨겁다. 현지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베트남 고등학교 졸업자는 매년 100만 명으로 20만 명은 해외 유학을 계획한다. 선호 지역은 △유럽 △일본 △한국 순이다. 특히 한국은 취업을 위한 유학생이 많다는 게 베트남 교육 관계자들 설명이다.

실무 교육 중심인 부산지역 전문대학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선호한다. 외국인이 많으면 적응도 쉬워지고, 베트남 학생은 학습 이해도가 빠르다. 청년 유출이 심한 지역 사회에 유학생을 정착시키면 인구 소멸과 인력난 해소 등에도 도움이 된다.

동의과학대는 유학생 유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며 학과 소개와 홍보에 나섰다. 지난 25일 1만 6000명 규모 베트남 다이남대에서 문화 교류 행사도 열었다. 헤어뷰티과, 간호학과, 기계공학과 등 대학 주요 학과 홍보 부스 12개도 마련했다.

흐린 날씨에도 현지 학생 수백 명이 몰렸다. 특히 네일을 칠해주는 헤어뷰티과 부스 앞은 현지 학생들로 긴 줄을 이뤘다. 동의과학대와 다이남대 학생들은 함께 케이팝을 부르고 춤을 추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베트남 다이남대 학생인 하 티 녹 하(20) 씨는 “한국에서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홍보 부스에서 설명을 들으니 궁금증이 풀리고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현지 유학원과 대학들은 베트남 유학생 부산행 비자 문제가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은 어학연수 ‘D-4 비자’ 발급률이 떨어져, 외국인 유학생마저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실이다.

동의과학대 김영도 총장은 “부산은 지역 출입국관리소 비자 발급률이 타 지역보다 크게 떨어진다. 지금은 대학 졸업 후 전문인력비자(E-7)로 전환하면 취직해 지역에 정주할 수 있어 학교를 이탈하는 유학생도 많이 줄었다”며 “유학생 대부분이 준비된 인적 자원인데도 이들마저 비자 발급이 쉬운 수도권으로 떠난다. 젊은 일손이 필요한 곳은 지역이고 인구감소 시대 지역 대학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글·사진=나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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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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