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후보들 사탕발림 대신 실현 가능한 공약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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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공약 대개 흐지부지 ‘희망 고문’만
반면교사 삼아 알맹이 있는 공약 발굴을

지난 21대 총선의 부산도시철도 관련 공약은 대부분 현실화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호선에 첫 투입된 신조전동차가 금정구 노포역으로 진입하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21대 총선의 부산도시철도 관련 공약은 대부분 현실화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1호선에 첫 투입된 신조전동차가 금정구 노포역으로 진입하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22대 총선을 70여 일 앞둔 지금부터는 부산지역 총선 공약을 본격적으로 발굴하고 선정해야 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지역민들은 이럴 때일수록 지역 여론의 핵심이 담긴 발전 정책 공약에 커다란 기대를 걸게 된다. 하지만 지난 21대 총선 공약을 분석해 보니, 지역의 환골탈태를 내건 단골 공약들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거나 특혜 논란에 휩싸이는 등 현실에서 성공한 사례가 극소수였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번 총선 후보들은 말만 번지르르한 ‘장밋빛’ 공약 대신 꼼꼼한 준비가 뒷받침된 실현 가능성 높은 공약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이를 꼼꼼히 따져보는 안목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동안 부산의 표심을 흔들었던 가장 대표적인 공약은 ‘도시철도 건설’이다. 〈부산일보〉가 21대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현역 18명 중 12명이 지난 총선에서 관련 공약을 내걸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과 예비타당성 조사 등 문턱이 높아 실제로 사업화된 경우는 드물었다는 게 문제다. 트램(노면전차)과 경전철은 사업비 규모가 작은 장점 때문에 특히 공약화가 많이 이뤄졌지만 대부분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복합개발·재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터미널·기차역·공원 등을 개발해 ‘지역을 확 바꿔놓겠다’던 공약은 오랫동안 실체화되지 못한 채 재탕·삼탕 공약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얻은 결과가 이런 ‘희망 고문’의 무한반복이라면 이는 결국 시민에 대한 기만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은 반드시 필요하나 그것은 알맹이를 담은 공약이어야 한다. 총선 후보라면 실현 불가능한 공약만 던져놓을 게 아니라 단 하나라도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약, 지켜지는 공약을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경실련이 29일 ‘부산지역 현역 국회의원 공천 배제 및 검증 촉구 명단’을 발표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해관계 충돌 위험’ ‘공공의 이익에 대한 우려’ ‘사회적 물의’ 등이 기준에 포함되는데, 여기에 저촉될 의혹이 있는 의원들의 공약은 그 공공성과 정당성,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부산지역 곳곳에는 여전히 숙원 사업이 많다. 이를 공약화하는 발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향후 정책 실행 과정에서 좀 더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과 직결된 사업이 공약에 포함되면 국가 계획에 반영될 수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도 참작의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탕발림처럼 달콤한 언설로만 이뤄진 공약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공약은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모든 공약이 다 실현될 수는 없겠으나 공약의 주체라면 이를 반드시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지난 총선 공약들의 약점과 미비점을 반면교사 삼는 것, 그래서 제대로 된 ‘진짜 공약’을 다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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