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인재 유출 방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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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의무 채용·실적 부진 기관 공개
산업은행 등 추가 이전도 서둘러야

지난해 5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3 부산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합동 채용설명회 장면.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해 5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3 부산혁신도시 공공기관 지역인재 합동 채용설명회 장면. 김종진 기자 kjj1761@

비수도권 공공기관이 신규 직원을 뽑을 때 전체 채용 인원 중 35%를 지역인재로 선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그동안 권고사항이었던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인재(지역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 채용 비율을 35%로 정하고, 이를 의무화했다. 또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서도 지역인재 채용을 독려하도록 하는 규정을 넣었다. 지방대 출신 취업 준비생들의 공공기관 취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저출생과 청년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 통과를 환영한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 따라 교육부 장관 소속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위원회’가 지역인재 채용 실태 분석·평가 사항을 심의하고,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과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지역 청년들이 굳이 수도권 대학이 아닌, 지역대학에서 공부하고, 지역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비수도권의 20대 청년 60여만 명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 망국적인 청년 인구 유출과 지역소멸 사태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고향에 자리 잡은 청년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지역을 가득 채우기를 기대한다.

지역대학으로서도 굉장한 희소식이다. 학령인구 급감에다 수도권 쏠림 현상 탓에 지방대 상당수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점대학을 포함, 지방대학의 존폐 위기가 눈앞에 닥친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와 국회의 이런 노력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법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비수도권에 보장된다면, 누구라도 고향에서 취직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동기 부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지역 이전 정책의 취지도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 집중 완화,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 지역인재 채용 확대는 청년 인구의 수도권 쏠림을 막고, 지역을 회생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50%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채용 광역화, 실적 우수 기업에 법인세 감면 등 추가 대책도 도입해야 한다. 지역대학은 인재 양성 대책을 세우고, 정부는 교육재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와 함께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지역의 아들딸들이 고향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꿈꿀 기회를 더 많이 가지기를 바란다. 청년이 없으면 지역의 미래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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