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캐릭터, 신화의 자리에 오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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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갤러리 ‘오늘의 신화’ 전
미키 마우스 등 만화 주인공을
작가별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

부산 해운대 카린 갤러리는 ‘오늘의 신화’라는 주제로 잭슨심, 김수지, 정안용, 남궁호, 이은 등 5명의 젊은 작가를 초청해 올해 첫 번째 기획전을 열고 있다. 신화라고 하면 신들의 이야기로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오늘의 신화’에 등장한 신은 의외로 미키 마우스나 도널드 덕과 같은 만화 캐릭터들이 많다. 작가들의 유년기를 지배했거나 오늘날 아이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여러 유명 캐릭터와 스토리의 주인공을 작가 나름의 방법론으로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현진 카린 대표는 “작가들은 각기 다른 다양한 주제에 착안하여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계획된 상징물의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그것들의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클리셰를 깨어 내는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믿고 따르는 신도 전통적인 모습에서 어쩌면 영화 속 캐릭터나 아이돌, 스포츠 스타의 외양으로 이미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잭슨심의 ALPHABET CARD DUMBO. 카린 제공 잭슨심의 ALPHABET CARD DUMBO. 카린 제공

잭슨심 작가의 작품들은 소문대로 영화 포스터처럼 보인다. 도널드 덕, 핑크 팬더, 도라에몽 등 대중매체 속 캐릭터를 자신만의 독특한 팝아트 기법으로 표현해 대중의 주목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작가는 분명 소년의 감수성을 가졌는데 캔버스 위에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상징인 ‘$’나 ‘R’의 기호가 심겨 있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잭슨심은 “작가는 가난해야 한다는 신화를 비틀어 보여 주고 싶었다. 그림을 팔아 장미꽃을 사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로맨틱한 자본주의자로 살아가고 싶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한다.


김수지의 Lucid Vision Distant Dream. 카린 제공 김수지의 Lucid Vision Distant Dream. 카린 제공

김수지 작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미술대학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출신으로 3년 전 귀국해 부산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이전의 작업에서는 유년기를 보냈던 미국에서 경험한 카툰과 광고 이미지 등에 상징화된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이야기해 왔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꿈이라는 사적인 시공간 속에 회화적 상징물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꿈이어서 흐릿하고 경계가 없다. 정안용 작가는 실제로 연기를 피운 뒤 사진을 찍고 겹겹이 겹쳐서 양감을 만들어 내는 색다른 작업 방식을 보여 준다. 사라지거나 생겨나는 연기는 존재의 실존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3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정안용의 Rising form. 카린 제공 정안용의 Rising form. 카린 제공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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