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없는 부산, 대학 관련학과 붐에도 예고된 인재 유출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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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반도체공학전공 신설 등
정부 육성책에 지역 대학 잰걸음
정작 졸업생은 역외 기업 취업

경남정보대 반도체과 학생들이 교내 설치된 반도체공정실에서 반도체 제작 과정을 배우고 있다. 경남정보대 제공 경남정보대 반도체과 학생들이 교내 설치된 반도체공정실에서 반도체 제작 과정을 배우고 있다. 경남정보대 제공

정부가 ‘반도체 경쟁=산업 전쟁’을 선언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수백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부산 지역 대학에도 ‘반도체 훈풍’이 불고 있다. 부산 주요 대학은 반도체 전공·학과를 확대하고 연구 시설을 대거 확충하며 실력 있는 반도체 인재 육성이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기업 대부분이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어 부산에서 키운 인재들이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기 남부 지역(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에 622조 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드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와 함께 △학부급 실무 인재 3만 명 △석박사급 고급 인재 3700명을 양성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에 부산 각 대학도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부산대는 전기전자공학부 내에 반도체공학전공을 신설해 오는 3월 학부 신입생 40명을 받을 예정이다. 부산대는 부울경 지역 특화 사업인 자동차·국방·조선 산업의 분야에 맞춰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차량·선박 전장과 미사일 등에 들어가는 특화 반도체를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부산대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사업 대학(차량 반도체 부문) 선정돼 국고 67억 원을 지원받는다. 또 중앙정부와 부산시로부터 300억 원가량을 지원 받아 2025년까지△반도체 설계(펩리스) △시험 생산 △반도체 성능 실험 등이 가능한 반도체공동연구소도 건립한다.

경남정보대도 2022년 만들어진 반도체과를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경남정보대 반도체과는 2022년 첫 입학한 학생들이 잇따라 중대형 반도체 분야 업체에 취업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올해 졸업생 9명이 모두 (주)에프에스티, (유)스태츠칩팩코리아 등 반도체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 경남정보대는 교내 자체 반도체 제조 공정실습실(클린룸)도 구축했다.

하지만 부산 대학들의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노력이 부산 미래 경쟁력 강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인력들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권으로 진출할 경우 부산의 반도체 산업 육성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부산대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단 이문석(전자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부산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산에 반도체 관련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정책연구본부 채윤식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경기 남부에 들어서는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 반도체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채 선임연구원은 “부산이 전문성과 기반 시설을 갖춘 전력반도체 분야부터 대학-기업-연구소가 연결된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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