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중심지 부산, 정부 예산 쥐꼬리 지원에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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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흐르는 사이 정책 지원 뒷걸음질
국제 경쟁력 높일 실질적 방안 찾아야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을 두고 비판이 인다. 부산 남구 문현동 금융중심지 일대. 정종회 기자 jjh@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을 두고 비판이 인다. 부산 남구 문현동 금융중심지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금융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부 예산 규모가 해마다 쪼그라들어 15년 만에 반토막 났다는 소식이다. 올해 금융중심지 추진 예산으로 부산에 배정된 금액은 총 4억 원가량에 불과해 사상 최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중심지 조성·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예산 편성이 이뤄진 2008년 예산이 8억 700만 원이었으니 ‘한국의 금융중심지’라는 말이 무색한 대규모 삭감이다. 올해는 부산이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 지정 16주년을 맞았지만 부산에 대한 지원 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답보상태다. ‘글로벌 허브도시’를 말하는 정부가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키울 의지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 대한 이런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부산 금융중심지 정책은 사실상 허울뿐이었고, 한계가 드러난 금융중심지 제도는 더 이상 부산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역 여론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제6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인바운드(해외 금융사 유치)와 아웃바운드(국내 금융사 해외 진출) 투트랙 전략으로 부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들이 아무리 원대하다 한들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지원 예산을 해마다 축소해 온 정부가 정책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말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금 금융중심지 부산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약하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대형 금융회사의 본사는 98.2%가 서울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부산에 본사가 있는 금융사는 단 1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33년 전에 진출한 사례라서 부산의 금융중심지 지정 이후 이뤄진 외국계 금융사의 부산 본사 이전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굵직한 국내 기업의 부산 이전 소식이 없는 것도 비슷한 형편이다. 기업 유치도 그렇지만 금융 인프라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 관련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것도 안타깝다. 말하기조차 남부끄러운 이런 사정 속에서 부산의 국제금융센터 경쟁력은 여전히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중심지 부산의 실질적 위상이 그 이름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금융기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양대 성장 축으로서 부산의 국제 금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몫은 정부에 있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에서 3대 핵심 전략 중 하나가 부산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는 것이다. 금융기관을 위한 혁신적 세제 혜택과 해외 인재 맞춤형 교육시설, 주거 혜택 등의 지원은 기본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부가 발표한 6차 기본계획을 이루려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은 꼭 필요하다. 더 이상 선심성 발표나 임시방편식 처방에 기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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