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직권조사 제외… '덕성원' 피해자 울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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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부산시청 광장 기자회견
“형제복지원처럼 폭행 만연”
진화위 “활동 기간 연장돼야”

‘덕성원 피해생존자 협의회’는 1일 오후 3시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보원 기자 ‘덕성원 피해생존자 협의회’는 1일 오후 3시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보원 기자

부산에서 ‘형제복지원’처럼 원생이 학대당한 ‘덕성원’ 피해자들이 거리에 나와 과거사 조사를 촉구했다.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를 통한 직권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진실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화위 활동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덕성원에서 입은 피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결성한 ‘덕성원 피해생존자 협의회’는 1일 오후 3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형제복지원과 재생원, 형제원 피해자들이 본인들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말하고, 국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는 상황을 보면서 당시 겪은 피해에 대해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1년 사이 피해자 40여 명이 모였고,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모일 것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덕성원은 부산 해운대구에서 운영된 아동 수용시설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1952년 한국전쟁 당시 해운대구 중동에 세워졌다.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법인 명칭을 바꾼 후 2000년에 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 영화숙·재생원, 형제원 등 당시 많은 부산 사회복지시설들이 그러했듯 덕성원에서도 아동에 대한 인권 유린과 강제 노동이 만연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 일부는 성인이 된 후에도 덕성원 원장 일가에게 재산을 빼앗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7세 때 형제복지원에서 덕성원으로 옮겨져 구타를 당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안종환(48) 씨는 “사회에 나간 후 밤낮없이 냉동탑차를 타며 3억 원을 모았는데, 원장이 찾아와 소송 비용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며 “장가갈 때 돌려주겠다는 말을 믿었는데 결국 돌려주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자들이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진실 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사 권한을 가진 진화위에서 덕성원에 대한 직권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화위는 지난달 23일 활동 기간이 1년 연장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접수사건 2만 92건 중 처리 완료된 사건이 53%에 불과해 미처리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서다. 이들은 현재도 미처리 사건이 많은 상황이라 조사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덕성원 사건을 직권조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덕성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 등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선 진화위를 상설 기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화위 관계자는 “피해자들 아픔에 적극 공감하나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모든 분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현재 진화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거나 상시 조직으로 인정하기 위한 법안 12개가 21대 국회에 계류됐는데, 정부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법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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