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소니, 삼성을 따라잡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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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 강화 훈련으로’가 오는 14일 한국에서도 개봉한다는 소식이라 마니아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귀멸의 칼날’은 범상한 작품이 아니다. 만화로는 일본 내에서만 1억 5000만 부 넘게 팔렸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2020년 처음 만들어져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에도 에피소드의 버전을 달리하며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을 제작한 곳이 소니다. 정확히는 소니의 자회사 애니플렉스다. 소니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걸으며 음악을 듣는다’는 모토로 세상을 흔들었던 ‘워크맨’이다. ‘워크맨’으로 인해 소니는 오랫동안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와 아이팟이 등장한 2000년대 들어 시장의 주도권을 잃고 잊혔다. 소니의 빈자리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지금 소니는 달라져 있다. ‘귀멸의 칼날’이 확인해 주듯, 전자제품이 아니라 영상·음악·게임 등 콘텐츠 위주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났다. 회사 이름도 소니그룹으로 바꿨다. 급기야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최근 발표된 두 회사의 2023년 실적 전망치를 보면, 소니의 영업이익이 1조 1700억 엔(약 10조 5600억 원)으로 삼성전자보다 4조 원 정도 많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소니에 뒤진 건 외환위기를 겪은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2023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이 2.0%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최근 한국은행이 우리나라는 1.4%에 그칠 것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는 소니의 부활이 우연이 아니며, 그런 류의 부활이 일본의 특정 기업에 그치는 게 아님을 암시한다.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할 정도로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양상이 근래 뚜렷하다.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 닛케이225가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게 이를 여실히 반영한다. 두려운 건 일본은 이처럼 다시 떠오르는데 우리나라는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추세라면 일본이 힘겹게 지나온 30년 침체의 터널보다 훨씬 더 어둡고 긴 터널을 우리가 지날 수 있다는 경고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 두려움과 답답함을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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